’비운의 유망주‘ 정찬헌, 부활의 날개 펴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08 06: 55

4년 만에 전지훈련을 소화한 정찬헌(24)이 다시 한 번 1군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정찬헌은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자체훈련을 마치고 “지난 가을부터 빠르게 페이스를 올렸고, 스프링캠프서 코치님들께 ‘정찬헌이 이런 투수다’라는 것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올 시즌 목표는 내 공을 제대로 던져서 내 자리를 잡는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찬헌은 누구보다 바쁜 비시즌을 보냈다. 시즌 종료 후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고, 이어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소화했다. 1월 중순부터 구속은 이미 140km 후반대를 찍었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개막전 마운드 구상을 놓고 “현재 찬헌이와 (김)선규가 굉장히 좋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불펜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정찬헌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진짜 레이스는 지금부터다. 지난해 리그 최강 불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시범경기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찬헌은 성숙하게 지금 상황을 받아들였다.
“신인 때만해도 개막전 엔트리 진입이 굉장히 뜻 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앞으로 야구할 날이 10년, 15년이나 남았다. 길게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엔트리 하나만 바라보고 오버페이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08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찬헌은 1년차부터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프로 데뷔전에서 챔피언 SK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50km 내외의 강속구를 거침없이 뿌리며 선배들을 압도했다. 당해 5월까지 불펜 필승조에 있었고, 이후 선발진에도 들어갔다.
그러나 정찬헌의 질주는 계속되지 않았다. 단조로운 투구패턴, 체력 문제 등을 겪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고졸 신인투수가 첫 해부터 106⅓이닝을 소화한 게 독이 됐다. 2009시즌에는 2년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이런저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전혀 모르고 닥치는 대로 했던 것 같다.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했고, 빨리 성공해야한다는 생각 밖에 안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부진했고 팬들의 비난 소리가 계속 귀에서 맴돌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이대로 끝났다는 느낌, 벼랑 끝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결국 정찬헌은 2010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광주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7월 1442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1군에서 4경기 5이닝만을 소화했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공익근무를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전역도 늦었고, 2013시즌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실 시즌 후반 확장 엔트리 때나 1군에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많이 비운 상태였다. 1군 마운드에 올라가기 보다는 거의 4년 만에 공을 잡았기 때문에 아프지 않는 것에 중점을 뒀다. 불펜피칭 간격을 넓게 해보기도 하고, 무작정 많이 던져보기도 했다. 던지고 나서 붓기가 빨리 빠지는 시기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다해봤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1군 마운드를 밟았고, 팀에 아주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 예전부터 이승엽 선배님과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작년에 이승엽 선배님를 외야플라이로 잡았다.”
부상과 수술 후유증에서 탈출한 정찬헌은 4년 만에 다시 스프링캠프를 참가했다. 그동안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고, 감독과 코칭스태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성적이 난 팀의 분위기가 이런 거구나’고 느꼈다. 정말 팀이 훨씬 화기애애해졌다. 선수들과 코치님들이 서로 믿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예전에는 스프링캠프서 정말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그래서 아파도 계속 던졌다. 그런데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더라. 어린 선수들도 자기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4년 전 1군 스프링캠프를 생각하면, 올해 1군 스프링캠프는 다른 팀에서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2014시즌 그림도 그렸다. 직구 구속을 올린만큼, 변화구를 추가해 타자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잡기 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공을 던질 때 자신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캠프서 (류)제국이형과 룸메이트를 했다. 제국이형이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줬다. 제국이형이 ‘너는 공 자체가 좋으니까 단조롭게 가도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한 게 크게 다가왔다. 작년부터 투심을 던졌고 스프링캠프부터는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아직 모든 구종을 자유롭게 던지지는 못하지만, 버릴 구종은 버려도 된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가을부터 빠르게 페이스를 올렸고, 스프링캠프에선 코치님들께 ‘정찬헌이 이런 투수다’라는 것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목표는 내 공을 던져서 내 자리를 잡는 것이다. 내 공만 던진다면, 필승조든 추격조든 자리는 개의치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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