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원 "소녀시대 될 뻔 했죠..하하"[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03.08 17: 29

도도한 표정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금방이라도 돌직구를 쏟아낼 것 같은 야무진 입까지. 최근까지 익숙했던 배우 왕지원(26)의 모습이다. 그래서 왕지원이 검정색 가죽바지에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와 청조끼를 입고, 스냅백을 쓰고 등장했을 때 깜짝 놀랐다. 8주 동안 봐왔던 도도한 스타일디렉터는 없었고, 누구보다 밝고 환하게 웃는 왕지원만 남아 있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OSEN을 찾은 왕지원은 무엇보다 밝은 에너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보이시하고 털털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환한 미소는 봄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렸다. 왕지원의 미소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 카메라 앞에 서다

사실 왕지원은 어렸을 때부터 발레리나를 꿈꿨다. 17년 동안 발레를 하면서 살았고, 그의 모든 관심은 발레에 쏠려 있었다. 일찌감치 발레리나로 목표를 잡고 중학교 때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왕지원의 발목을 잡았다.
"발레 말고는 잘하는 게 없을 정도로 발레에 올인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잘해왔고, 강수진 선배처럼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영국 유학 중에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해서 오랫동안 휠체어를 탔어요.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한 번 밸런스가 무너지니까 계속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발레를 계속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어요."
부상이 있었지만 왕지원은 꿋꿋하게 유학을 마쳤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이후에는 국립발레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며 그렇게 목표하던 꿈을 이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고민에 빠진 왕지원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느꼈다. 고민과 함께 찾아온 것이 바로 모델 기회였다. 이 우연한 기회를 시작으로 왕지원은 발레리나에서 다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잡지 모델 제의를 받으면서 카메라 앞에 섰어요. 원래 연예인에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방황하던 시기에 우연히 새로운 일을 하게 됐고, 카메라 앞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서서히 빠져들었고, 그렇게 발레단을 그만두고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죠."
사실 왕지원은 배우라는 직업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청순하면서도 화려하고, 또 강렬한 눈빛이 사람을 끌어들인다. 또 발레로 다져진 몸매는 왕지원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어렸을 때부터 캐스팅 제의가 많았을 것 같다"고 말하자 왕지원은 크게 웃었다.
"제 세대 때 길거리 캐스팅이 많았는데 명함을 받는 재미가 있었어요(웃음). 학교 다닐 때 발표회와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때 팸플릿을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사실 한 번은 SM에서 왔었는데, 그때 한창 소녀시대를 기획하고 계셨을 때였어요. 당시에는 관심이 없어 거절했지만 요즘 엄마와 텔레비전에서 소녀시대를 볼 때 '내가 저기 있었을 수도 있었다'고 농담을 하죠. 하하하."
왕지원은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17년 동안 배우고 꿈꿔온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해야 했을 때, 얼마나 힘들고 많은 고민을 했을지 짐작이 됐다. 특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족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지만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부모님께서 의외로 쉽게 허락해주셨어요. 저도 반대를 많이 하실 줄 알았는데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힘들면 기대라. 가족이 항상 응원해 줄 거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설득해야 할 문제였는데 의외로 빠르게 허락해주셔서 제가 당황했죠(웃음)."
# '로필3'으로 왕지원을 알리다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왕지원은 이후 각종 광고에 출연했고, 지난 2012년 KBS 2TV 시트콤 '패밀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KBS 2TV 드라마 '굿닥터'에서 인턴 김선주를 연기했고, '로필3'을 준비하면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 특별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고 작은 역할을 거치면서 연기를 익힌 왕지원은 드디어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으로 첫 주연을 맡게 됐다. 도도하고 화려한 스타일디렉터 오세령 역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갖고 싶은 것은 꼭 갖고야 마는 인물이었다. 첫 주연작에 센 캐릭터를 맡았으니 왕지원의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 그만큼 이번 작품에 공도 많이 들였다.
"복합적이었어요. 경험해 보지 않은 30대의 일과 사랑 이야기였고, 직업도 평범하지 않았잖아요. 사실 제가 알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분들 중에 오세령처럼 화려한 인물은 없거든요(웃음). 부담감도 당연히 컸죠. 저를 믿고 캐스팅해준 작가님과 감독님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됐고, '로필' 마니아 팬들에게 실망을 줄까봐 긴장도 했어요. 그렇지만 물론 행복하고 설렜어요."
아직 20대 중반인 왕지원이 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우정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더군다나 거의 모든 캐릭터와 대립하는 역할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배우들끼리의 긴장감이 꽤 컸을 것 같다. 하지만 왕지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배우들끼리 장난치고 웃고 떠들다가 슛만 들어가면 신기하게 바로 몰입했어요. 감독님도 그런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김소연 언니와의 몸싸움 장면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사실 촬영 장소가 너무 추웠어요. 더군다나 저는 처음으로 때리는 장면을 찍는 거라 소연 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김소연뿐 아니라 상대역이었던 남궁민도 많은 도움을 줬다. 배우들 모두 워낙 친했고, 서로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간혹 연기를 하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로필3'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처럼 현장에서는 늘 웃음이 넘쳐났다고.
'로필3'은 30대 여자들의 일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그들의 사랑이었다. 특히 왕지원이 연기한 오세령은 연애를 자유롭게 즐기되, 사랑은 오로지 강태윤(남궁민 분)에게 올인하는 캐릭터.
"사랑에 있어서는 세령과 비슷한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내팽개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랑에 올인하는 면이 있거든요. 그 남자에게만 집중하는 거죠. 사실 저는 가벼운 연애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제 성격은 오세령과 전혀 다르다고 못 박았다. "오세령과 싱크로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세령은 솔직하고 당당하고 거침없는데, 저는 남자 같은 성격에 해야 할 말을 타이밍이 놓쳐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타입이에요. 보통 여자들이 아이쇼핑을 좋아하는데 저는 정말 쇼핑도 못하는 타입이죠(웃음)."
# 엄친딸은 위험한 수식어, 액션 연기를 꿈꾼다
'로필3'으로 주연 데뷔까지 잘 마친 왕지원은 액션 연기에 대한 바람도 있었다. 발레를 했던 만큼 액션에도 자신이 있다는 것. 특히 평소 보이시하고 털털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왕지원은 '로필3' 방송 전, '엄친딸'로 유명세를 탔다. 외할아버지가 국제그룹 고 양정모 회장이며, 아버지가 감사원 기획관리실장 왕정홍 씨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엄친딸이라는 수식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요. 그냥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죠. 사실 연기자로 인정받고 알려지기 전에 먼저 집안에 대해 알려지면서 엄친딸로 포장돼 아쉬웠어요. 하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다만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죄송해요."
엄친딸이라는 수식어를 털고 이제 배우로 한 단계 발걸음을 내민 왕지원. 한 가지에 올인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가 보여줄 배우로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여러 가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인물은 왕지원 아니고는 생각할 수도 없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왕지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멋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멋진 사람,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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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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