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김태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코치가 좌완 기대주 백정현의 깜짝 호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백정현은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무실점(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완벽투를 선보였다. 직구 최고 141km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가 일품이었다. 삼성은 선발 백정현의 호투를 앞세워 KIA를 2-1로 꺾었다. 말 그대로 백정현의 인생투였다.

8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태한 코치는 "백정현이 전훈 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두 차례 선발 등판 모두 3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면서 "오늘 4이닝을 던질 예정이었는데 5회까지 맡겨봤다. 기복이 거의 없었고 무난하게 잘 던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백정현이 프로 데뷔 후 이렇게 긴 이닝을 던진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단 당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더딘 성장세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구위 만큼은 1군 무대에서도 통할 수준이나 타자와의 승부에서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야구 선수치고 체력이 다소 약한 편이기에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김태한 코치는 "예전에는 그저 공을 던지는 투수였는데 이젠 구위를 떠나 싸움을 할 줄 아는 투수가 됐다"고 박수를 보냈다.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백정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승엽(삼성)의 개인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오창훈 세진헬스 대표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힘을 키웠다. 결과는 대성공. 예년보다 파워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김태한 코치는 "틀림없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선수가 나와야 팀이 잘 돌아간다"고 백정현의 상승세가 이어지길 기대했다.
외국인 투수 J.D. 마틴이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 또는 백정현에게 선발 중책을 맡길 계획. 그는 "백정현이 선발 시험 무대에서 아주 잘 던졌다. 백정현이 오늘처럼만 던져준다면 5월초까지 써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날 호투가 백정현의 야구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태한 코치는 "백정현이 마틴 대신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5할만 해준다면 팀에 큰 힘이 된다. 어쩌면 영원히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오늘 등판을 통해 선발 투수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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