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첫날일 뿐이지만 무사사구로 이겨서 무엇보다 기분좋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장단 12안타를 몰아친 타선을 앞세워 10-3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금 의미없는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을 봤다. 그가 가장 먼저 칭찬한 것은 투수들의 무사사구 경기였다.
이날 선발 등판한 오재영은 4이닝 동안 6피안타(1홈런)을 허용했으나 사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뒤를 이어 등판한 문성현, 마정길, 김영민, 송신영이 모두 볼넷 없이 깔끔한 경기를 마쳤다. 이날 8개 팀의 투수들 중 사사구가 없는 팀은 넥센이 유일했다.

넥센은 계속해서 사사구와의 싸움을 벌여온 팀이었다. 강윤구, 김영민, 장시환 등 힘있는 강속구 투수들은 많았지만 그들이 모두 사사구에 약점을 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시즌 중 "경기에서는 상대팀과 싸워야 하는데 우리 팀 투수들은 같은 팀 야수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랬던 넥센이기에 투수들이 1년의 스타트를 무사사구로 끊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만 했다. 그리고 넥센 마운드는 이날 3회 이후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22타자 연속 범타로 경기를 마쳤다. 사사구가 없는 것도 좋았지만 투수진의 안정감 있는 마운드 운영은 지난해에 비해 한층 나아진 점이었다.
넥센은 지난해 팀홈런 1위에서 알 수 있듯 괴력의 타선을 자랑했다. 그러나 마운드가 그 뒤를 받쳐주지 않았고 그 아쉬움은 준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올 시즌 넥센 투수들이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꿈은 아니다. 그리고 작게나마 그 가능성을 보여준 시범경기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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