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강지광(24)이 염경엽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9일 목동구장 3루 덕아웃에는 강지광에 대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은 강지광이 연습경기 4할에 이어 지난 8일 시범경기 첫 출장, 첫 타석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깜짝 스타 기질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강지광을 둘러싼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질 무렵, 덕아웃 뒤에 위치한 감독실에서 염 감독이 문을 열고 나왔다. 염 감독은 질문 세례를 받는 강지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걸어왔다. 이윽고 염 감독은 기자처럼 강지광에게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보면 떨어지는 공에 약하던데 대처 방안은 어떤 게 있나요?".
평소에 자주 이야기하기 힘든 감독의 질문. 바짝 긴장할 법도 한데 어린 무명 선수는 기죽지도 않고 당당하게 바로 대답했다.
"대처 안합니다. 제가 노리는 공만 잘 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염 감독은 그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지었다. 염 감독은 "그게 맞는 것 같다. 여러 번 속아봐야 내가 어떤 코스에 강한지도 알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감독실로 돌아갔다.
강지광은 2009년 염 감독이 LG 스카우트 시절 직접 투수감으로 뽑은 선수다. 그러나 입단 직후 타자 전향 의사를 밝히며 염 감독을 고집으로 꺾은 선수. 강지광의 자신감은 대답 한 마디에서도 강하게 드러났다.
강지광은 이날 취재진에게 "아직 홈런 하나 쳤다고 제가 뭐가 된 것 같은 생각은 없다. 어제 어떻게 쳤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성공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당장 바로 뜨기 보다는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성공하고 싶다"며 자신의 야구관을 밝혔다. 염 감독에게 대답할 때만큼 당당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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