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열었다.
롯데는 8일과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와 시범경기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첫 날 5-1로 승리한 롯데는 둘째 날 14-6으로 대승을 거뒀다.
특히 9일 대승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2011년 팀 공격 대부분 지표에서 꼭대기를 찍은 롯데는 이후 2년 동안 방망이가 잠잠했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롯데가 한 경기에서 14점을 올린 건 지난 2011년 10월 4일 사직 한화전(20-4) 이후 처음이었고 홈런 4개를 한 경기에 몰아친 건 2011년 8월 24일 사직 KIA전 이후 거의 2년 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대승을 롯데 변신의 전조로 받아들여도 될까. 시범경기인데다가 단 한 경기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운으로 홈런 4개와 다득점이 한 경기에 나오는 건 결코 아니다. 타격이 절정이었던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히메네스와 조성환, 장성호, 김사훈이 홈런을 쳤는데 모두 의미가 있다. 우선 히메네스는 생각보다 일찍 한국 프로야구 공식경기 손맛을 봤다. 한국무대에서 외국인선수가 첫 홈런을 기록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일찍 나올수록 자신감을 가질 수 잇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첫 홈런을 기록한 히메네스는 다시 홈런포를 터트리며 한국무대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조성환과 장성호는 올 시즌 치열한 주전경쟁을 앞두고 있다. 조성환은 2루에서 정훈·박준서와, 장성호는 1루에서 최준석·히메네스·박종윤과 생존경쟁을 벌여 살아남아야 한다. 팀 내 최고참에 속하는 두 선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준비를 했고, 홈런포 한 방으로 충암고 선후배가 나란히 존재감을 뽐냈다. 김사훈은 장성우가 군입대를 한 지난 2년 동안 롯데 3포수로 활약했다. 이태양을 상대로 좌월 홈런포를 쐈는데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터트린 홈런이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박흥식 타격코치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 바로 하체 강화와 힙턴이었다. 상체로만 타격을 해서는 결코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없고, 임팩트 순간 엉덩이가 돌아가며 힘을 제대로 실어줘야 타구가 멀리 나간다는 게 박 코치의 설명이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도 자신의 저서 에서 '엉덩이가 스윙 동작을 만든다. 만약 이게 안 된다면 손목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애리조나-가고시마 캠프 내내 롯데 야수들은 작년보다 늘어난 비거리에 본인들이 더 놀랐다. 하체운동 외에도 몇몇 선수들은 대형 타이어를 맨손으로 뒤집는 특별훈련을 소화했는데 덕분에 주전급 선수들은 프리배팅에서 줄기차게 타구를 멀리 보냈다. 시범경기에서 나온 홈런 4방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연히 홈런이 몰아서 나왔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올해 롯데 야수들의 비거리는 작년보다 늘어났다.
물론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범경기에서 롯데 타선의 모습은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하다. 2차전에서 롯데가 홈런포로만 8점을 냈다면, 1차전은 홈런 없이 타선 응집력과 한 베이스 더 달리는 주루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과연 올해 롯데는 과거 화끈했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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