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팀은 백업선수까지 포함해서 두 팀 나올거에요. 아까워 죽겠어요."
롯데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박흥식 타격코치는 박종윤이 프리배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고민을 한참 늘어놨다. "올해 우리 팀 선수 중에는 충분히 주전을 할 수 있는 실력인데 (같은) 포지션에 선수가 많다"고 팀 전력을 설명한 박 코치는 "백업이 강해졌다는 건 팀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팀에는 좋은 일이지만, 선수들을 생각하면 (주전경쟁에서 탈락할 선수들이) 안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올해 롯데는 탄탄한 선수층을 갖췄다. 주전선수는 말할 것 없고, 주전을 노리는 선수들까지 기량이 일취월장하며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하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주전선수만 강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규시즌은 장기레이스다. 선수층이 두터운 구단만이 낙마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완주할 수 있다.

롯데 마운드는 올해 역시 단단하다. 장원준이 복귀하며 선발진은 더욱 탄탄해졌고, 최대성 복귀로 불펜 역시 작년보다 더욱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이용훈, 김사율, 심수창, 배장호, 이재곤 등 5선발 후보만 여럿이고 불펜 역시 1군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다. 손아섭과 강민호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확실한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1루는 거포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고 2루 역시 정훈과 조성환, 박준서가 경합 중이다. 유격수는 박기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문규현-신본기 양자대결로 압축됐고 그간 약점이었던 3루에도 황재균 외에 오승택이라는 백업이 등장했다. 주전 좌익수 후보인 이승화-김대우-김문호는 캠프부터 지금까지 쭉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선수단만 놓고 본다면 올해 롯데는 작년보다 더 좋은 전력을 꾸렸다. 그렇지만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였다고 성적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다. 이제부터 코칭스태프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즉 김시진 감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구단이야 선수는 많을수록 좋지만, 선수 본인은 그렇지 않다. 프로선수는 무조건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우선인데, 선수가 많다보면 당연히 출전할 수 있는 경기는 줄어든다. 올해 롯데는 유난히 포지션 경쟁중인 선수가 많다. 한 야구 관계자는 장성우 예를 들면서 "구단이야 당연히 장성우를 안고 가려고 하겠지만, 벤치에 있는 게 좋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롯데는 강민호와 장성우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올 시즌 롯데의 화두 가운데 하나를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다.
SBS 스포츠 김정준 해설위원은 "롯데가 올해 확실히 전력이 좋다. 전력에 구멍이 적다"고 높게 평가한다. 그렇지만 그는 "선수는 많은데, (가고시마) 캠프에서 봤을 때는 아직 (선수단) 교통정리가 다 안 됐었다. 분명 롯데가 좋은 전력인 것 맞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김시진 감독이 어떻게 선수를 기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부임 첫 해인 지난해 김 감독은 FA 선수가 잇따라 빠져나가며 전력구성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롯데 팀 사정은 확 바뀌었다. 이제 김 감독이 진짜 리더십을 발휘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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