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김정난, 허진이 미워할 수 없는 돌직구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김정난과 허진은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한 집에 살고 있다. 김정난은 탐욕스러운 최 여사(김용림 분)의 딸이자 정태원(송창의 분)의 누나 정태희로, 허진은 최 여사의 가사도우미 임실 댁으로 출연 중이다.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돌직구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 태희가 미워보일 만큼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면, 임실 댁은 은근하게 혼잣말을 하듯이 뜻을 피력한다는 차이가 있다.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고 내뱉는 돌직구 발언은 듣는 사람을 언짢게 만들 수 있지만, 두 사람은 객관성을 확보한 발언들로 공감대를 낳고 있다. 내 편이라도 잘못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날카로운 지적을 할 수 있는 배짱을 지녔다.

지난 9일 방송된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도 두 사람의 캐릭터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태희는 막무가내로 돌변한 올케 이채린(손여은 분)에게 속시원하게 할 말을 했다. 그는 "귀하게 큰 거 알아. 하지만 멘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거 같아. 너 미저리야 알아? 이쯤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포기해야 되는데 너 갑자기 피아노 두드려대고 주차장에 술 퍼먹고 드러누워 있고 그러잖아"라고 했다.
엄마 최 여사라고 태희의 독설을 비켜가진 못했다. 태희는 최 여사가 "씨 다른 새끼 수집하는 물건이야?"라며 오은수(이지아 분)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자 "못 살 이유가 있었겠지. 가만히 있어. 이게 다 엄마 때문이잖아"라고 꼬집었다. 그는 "출발은 엄마 욕심 때문이야. 엄마 종교 좀 가져봐. 성당이든 교회든 절이든 잘못한 거 알려면 그게 지름길이겠어"라고 설득했다.
반면 임실 댁은 교묘하게 타인을 '디스'하며 보는 이들의 쾌감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횡포에 가까운 막무가내 기질을 지닌 최 여사에게 태희와 더불어 유일하게 직언을 하는 인물.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살피는 인간미도 가지고 있어 그는 두루두루 참견을 하고 있다.
이날 임실 댁은 가족들로 외면을 당한 채린을 가여워하며 "저라고 속이 안 상하겄어. 세상 천지에 안 불쌍한 사람이 없어. 다 불쌍해.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 다 불쌍한 거 같아.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제일 불쌍한 거 같아. 마음땜시 울고 마음땜시 웃고 마음땜시 슬퍼하고"라고 씁쓸해했다. 그동안 채린으로부터 무시를 받아왔던 임실 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채린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은 임실 댁이 유일했다.
두 사람의 입을 거치면 세상에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들은 타인을 괴롭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내 가족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두 사람의 돌직구는 때로 너무 날카롭지만 놀라울 만큼 사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외면할 수 만은 없다.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사안의 핵심을 들여다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세번 결혼하는 여자'는 평범한 집안의 두 자매를 통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부모세대와는 또 다른 결혼관과 달라진 결혼의 의미, 나아가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겨 보는 드라마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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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결혼하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