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 8일 시범경기를 앞두고 "나에게 시범경기는 의미가 없다. 겨울 동안 짜왔던 작전이나 구상들을 활용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전과 비주전의 역할이 이미 구분된 넥센에서 시범경기는 단지 시즌에 들어가기 전 유망주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실전 기회였다.
그런데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기대보다 더 좋은 소득을 얻고 있다. 바로 조상우, 강지광, 임병욱 등 넥센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의 활약이다. 기존에 짜놓았던 전력에 플러스된 이들의 모습에 염 감독과 넥센 코칭스태프는 시범경기 성적과 상관없이 미소짓고 있다.
먼저 눈에 띈 이는 외야수 강지광.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은 강지광은 오키나와 7경기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데 이어 8일 시범경기 개막전 첫 타석에서 유희관을 상대해 간결한 스윙으로 우월 솔로포를 날리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강지광은 개막 후 2군에서 경험을 더 쌓기로 돼있지만 시범경기까지는 계속해서 많은 경기에 출장할 예정이다.

두 번째 깜짝 스타는 9일 탈삼진쇼를 펼친 2년차 우완 조상우. 지난해 입단하자마자 1군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채 1군을 따라다니며 코칭스태프에게 특별 수업을 받았던 조상우는 9일 9회에 등판해 최고 구속 153km(전광판 기준 154km)에 이르는 직구를 거침없이 뿌리며 15개의 공으로 1이닝 동안 3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팀은 4-4로 비겼으나 조상우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두 선수 모두 아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고, 긴장감이 남다른 정규 시즌에서 지금의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선수는 분명 이번 시범경기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멘탈 스포츠인 야구에서 자신감을 가진 선수와 주눅든 선수의 모습은 눈빛부터가 다르다. 앞으로 두 선수의 성장에 기대가 모아지는 까닭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지광이 1군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간다면 2군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이번 활약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것이 시범경기의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바로 즉시 전력감으로 기용될 조상우 역시 올해 팬들 앞에 처음 보이는 자리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
넥센은 올 시즌 FA를 한 명도 잡지 않았다.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 신인 선수 영입 등 자잘한 전력 보강 외에는 큰 대어급 이적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원석을 찾고 이를 다듬는 일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노력 속에서 계속돼왔다. 이제 그 원석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깨달으며 보석다운 빛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