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실력만 있다고 거저 우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LG의 우승 뒤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LG는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부산 KT를 95-85로 물리쳤다. 이로써 LG는 40승 14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1997년 창단한 LG는 정규리그 준우승만 4번 하는 설움 끝에 고진감래를 맛보게 됐다.
지난 시즌 8위를 차지했던 LG는 단 1년 만에 주전 5명 중 4명이 바뀌는 개혁을 단행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 많았다. 늘 가드가 고민이던 LG는 모비스가 1순위로 뽑은 김시래를 주목했다. 명지대시절 김시래를 가르친 박상관 전 감독의 추천도 있었다. 이에 LG는 최고외인으로 꼽혔던 로드 벤슨을 주고 김시래를 데려오는 모험을 감행했다.

과감한 투자도 돋보였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문태종은 속된 말로 ‘부르는 것이 값’인 선수였다. 실력이 검증된 데다 일반 FA와 달리 보상조건도 없었기 때문. 노련한 해결사가 필요했던 LG는 과감한 베팅을 선언했다. 당시 문태종은 최고액 기준 90% 이상 연봉을 제공한 팀 중에서 직접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이에 LG는 타팀이 5억 5000만원까지 부를 것으로 예상하고 단독입찰을 위해 과감하게 6억 8000만원을 제시했다. 어차피 우승하면 지급해야 할 보너스를 미리 준다고 생각했다. 보상선수 출혈이 없으니 최고연봉도 ‘싸다’는 판단이었다. 우승이 절실한 LG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결국 문태종을 노렸던 다른 팀들은 LG의 과감함에 입맛만 다시게 됐다.
외국선수 선발에서도 치밀한 준비가 돋보였다. LG는 일찌감치 데이본 제퍼슨을 찜했다. 문제는 파트너였다. 당시 크리스 메시는 구력이 짧고 나이가 많은데다 키가 작아 타 구단의 주목을 못 끄는 상황이었다. LG는 메시의 단점보다 장점에 주목했다. 지인들의 정보를 총동원해 메시가 제퍼슨의 짝으로 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는 적중했다. 메시는 비시즌 기간에 이미 몸을 만들어왔고, 시키는 궂은일을 척척 해내 구단 관계자들에게 ‘물건이 들어왔다. 일을 한 번 낼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우승 후 김진 감독은 “제퍼슨의 몸이 올라오지 않아 2라운드에 위기가 왔다. 이 때 메시가 잘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은 행운이었다. 우승의 마지막 퍼즐은 ‘김종규’의 높이였다. 하지만 신인드래프트는 LG가 어쩔 수 없는 부분. 대신 행운도 노력하는 자의 몫이었다. LG는 20만 원이 넘는 김종규의 실제 선수용 유니폼을 드래프트장에 제작해서 가져갔다. 결국 유니폼은 행운의 부적이 됐다. LG는 1순위로 김종규를 잡고 쾌재를 불렀다. 김종규는 정규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LG 관계자들이 2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한 리빌딩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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