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2경기에서 박건우(24, 두산 베어스)의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5차례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볼넷을 하나 얻기는 했지만, 삼진이 3번이나 있었다.
이 3개의 삼진은 모두 9일 경기에서 나왔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2번째 경기에 중심타선을 받치는 6번으로 선발 출장한 박건우는 3번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3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 타석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성적이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과정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찾을 수 있다. 3개의 삼진은 모두 소극적인 타격이 아닌 적극적인 공략의 결과였다. 적어도 투수의 공에 움츠러들지는 않았다.

첫 타석에서는 심판 판정에 의한 스트라이크 없이 3개의 파울을 때린 뒤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또한 4회초 2번째 타석에서는 초구를 그냥 흘려보낸 이후 3개의 공에 모두 방망이를 돌렸다. 결과는 파울 2개와 헛스윙에 의한 삼진.
가장 아쉬운 것은 7회초 3번째 타석이었다. 박건우는 3번째 타석에서도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3B-1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곧바로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2개의 볼을 본 이후 파울 5개를 만드는 끈질긴 승부 속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시범경기 첫 타점을 올렸다.
3개의 삼진 뒤에 나온 볼넷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볼넷을 얻은 타석에서도 심판 판정에 의한 스트라이크 없이 파울 타구만 5개를 쳤을 정도로 박건우의 적극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적극성 속에서 박건우는 침착함도 잃지 않았다. 5번이나 스윙을 하면서도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들어온 공 4개를 골라낸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이번 시즌 두산이 박건우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건우는 지난 시즌 1군에서 11차례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은 1개밖에 얻지 못했다. 적극적인 타격은 권장할 일이지만 나쁜 공에는 손이 나가지 않는 면이 필요했는데, 박건우는 팀이 원했던 모습을 조금씩 갖추고 있다는 것을 경기를 통해 보여줬다. 시범경기에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1군에서 역할이 커질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박건우가 주전 외야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미 외야 두 자리를 김현수와 민병헌이 차지한 가운데, 송일수 감독은 남은 한 자리도 박건우보다는 1군 경험이 풍부한 좌타자 정수빈 혹은 장민석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송 감독은 시범경기 개막을 앞둔 지난 7일 이러한 생각을 밝혔다. 민병헌이 1번, 김현수가 3번에 배치될 두산 타선에서 남은 외야수는 9번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9번에 들어갈 선수에 대해 묻자 송 감독은 “정수빈이나 장민석은 능력이 있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주전 선정에 있어 과거 1군 경험도 하나의 고려사항인 만큼 박건우의 이름이 우선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3연타석 삼진으로 돌아섰다 해도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방망이가 뜨거웠던 박건우에 대한 기대감을 거둬들이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치른 2경기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경기다. 밀어내기 볼넷을 고른 마지막 타석 같은 모습이라면 외야의 남은 한 자리가 좌타자로 채워진다 하더라도 박건우는 최소 플래툰 선발 출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캠프에서 보여준 타격감이 폭발한다면 주전 위치에도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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