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삼성화재의 아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만큼은...' 하고 이를 갈았던 만큼 패배의 후유증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아픔으로 남았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할 때. 정규리그 역전우승의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친 현대캐피탈이 최후의 기회인 챔피언결정전만을 바라봐야하는 이유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삼성화재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1-3(25-22, 23-25, 17-25, 20-25)로 역전패,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가 자신들의 안방에서 정규리그 3연패 및 V리그 통산 6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보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2008-2009시즌 이후 5년 만에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노렸던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안방에서 잔칫상을 차려줘야 했다. 아가메즈(29점)와 문성민(18점)이 47점을 합작했지만 홀로 49득점으로 맹활약한 레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우승을 내줬다. 이날 결과에 따라 역전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현대캐피탈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행보는 그야말로 야심찬 행보로 우승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삼성화재에 밀려 만년 2인자의 설움을 겪어야했던 현대캐피탈은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내외부적인 비난의 눈길에 시달렸다. 배구의 명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 계속 이어지자 현대캐피탈은 결국 '호랑이' 김호철 감독을 불러들였다.
김호철 감독뿐만이 아니다. 코칭 스태프 전원 물갈이라는 파격적 조치는 물론, 2005-2006, 2006-2007시즌 정규리그 2연패 달성을 함께한 안남수 사무국장이 단장으로 부임했다. 전 드림식스 감독 박희상도 수석코치로 합류, 우승을 위한 현대캐피탈의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선수 영입도 적극적이었다. 김호철 감독이 "세계 3대 공격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리버맨 아가메즈의 영입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난 리베로 여오현의 영입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문성민이 월드리그에서 당한 부상으로 시즌 초반 나서지 못한 악재가 있었지만, 아가메즈와 여오현은 팀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우승으로 명가부활을 노리는 구단의 지원은 다른 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시즌 개막 전 공개된 배구전용 다목적 베이스캠프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Castle of Skywalkers)'는 배구를 위한 최적의 공간 그 자체였다. 수백 억 원대의 자금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는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향한 갈망이 담긴 상징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과 달라진 모습으로 꾸준히 삼성화재와 2강을 달렸다. 잠시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선두 삼성화재를 추격하며 숨막히는 선두 경쟁을 펼쳐갔다. V리그의 마지막까지 우승팀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두 팀의 맞대결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명승부가 됐다. 비록 6520명의 만원 관중이 찾은 홈경기장에서 삼성화재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고 말았지만 현대캐피탈의 '명가부활' 미션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한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2위가 확정적이다. 따라서 3위로 올라오는 팀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두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한다. 현재 3위는 대한항공(승점 44) 4위는 우리카드(승점 39)로, 대한항공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도 "일단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 다음에 챔피언결정전서 삼성화재를 만나면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와신상담을 꿈꿨다.
현대캐피탈로서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리턴 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플레이오프라는 고비를 가볍게 넘어야만 한다. 과연 현대캐피탈이 '최후의 기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캐피탈의 복수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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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제공(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