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고 해결사 문태종(39). 코트에서 냉정한 승부사인 그도 가슴이 따뜻한 아버지였다.
문태종의 LG는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부산 KT를 95-85로 물리쳤다. 지난 1997년 창단한 LG는 정규리그 준우승만 4번 하는 설움 끝에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강력한 MVP 후보 문태종은 3점슛 3방 포함, 19점을 올려 수훈갑이 됐다. 경기 후 문태종은 “시즌 초반부터 목표였던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문태종이 유독 힘을 내는 이유가 있다. 동생 문태영 때문이다. 지난 시즌 문태영이 모비스에서 첫 우승을 달성한 것이 문태종에게 엄청난 자극이 되고 있다. 문태종은 올 시즌이 우승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슛 한 번을 던질 때마다 마음가짐이 남다른 이유다.
문태종은 “몇 년 전과 비교해 내 플레이가 떨어진다.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성적을 못 내면 후회할 것 같았다. 문태영이 작년에 우승해서 나도 올해 꼭 우승하고 싶었다. 첫 우승은 의미가 특별하다. 문태영이 작년에 우승했기 때문에 비교를 당해서 나도 하고 싶었다”면서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두 형제는 7일 맞대결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문태영은 문태종과 공을 다투다 손목에 피도 났다. 문태종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문태영과 포옹했다. 행여나 형제애가 승부욕에 방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문태종은 간절하게 우승을 원하고 있다.
LG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문태종의 MVP 수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문태종은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MVP는 팀이 이겨야 받을 수 있다. 올해 LG가 1등을 했으니까 받으면 좋겠다. 전자랜드 첫 시즌에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자랜드가 2위를 하는 바람에 못 받았다”면서 MVP에 욕심을 보였다.
문태종은 원래 10일 오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지는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LG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문태종은 구단에 불참을 하면 안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기자단 투표로 가려지는 MVP를 받으려면 미디어 데이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백번 유리하다. 문태종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고사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와의 약속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문태종은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빠들이 학교에 가서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는데, 문태종만 참석을 못했다고 한다. 시즌 내내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문태종은 이제 ‘챔피언’ 타이틀을 가지고 당당하게 아이체면을 세우게 됐다.
문태종의 ‘아빠본능’은 LG선수단 내에서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김종규는 “국가대표에 처음 뽑혔을 때 문태종 형을 보고 ‘농구의 신’이라고 불렀다. 태종이 형을 보면 ‘위기 때 한 방을 해주겠구나’라는 믿음이 있다. 형이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데 중요한 경기 때 한마디씩 해주면 선수들이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서 문태종의 팬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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