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첫 우승 뒤에 김영환·송창무 희생 있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10 06: 47

‘팀이 우승했으면 됐다.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필요가 없다.’
화려한 연극무대에 빛나는 주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초 연기의 조연과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엑스트라가 있어야 비로소 극의 작품성이 완성된다. 또 단원들이 지쳤을 때 뒤를 받쳐주고, 때로는 질책도 해주는 리더가 필요하다.
LG는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부산 KT를 95-85로 물리쳤다. 지난 1997년 창단한 LG는 17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화려함은 김시래, 김종규, 문태종, 제퍼슨 등이 담당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뒤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준 선수도 있었다. 바로 주장 김영환(30)과 송창무(32)였다.

김영환은 최종전에서 3분 44초를 뛰면서 3점슛 두 개를 던졌는데 모두 불발됐다. LG의 우승이 결정된 4쿼터 막판에 투입돼 기여도는 거의 없었다. 팬들이 보기에는 밥값을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주장 김영환의 리더십을 우승비결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종규는 “(김)영환이 형이 팀이 흔들릴 때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경기가 끝나면 내가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꼼꼼하게 지적해주신다.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다보니까 실력이 좋아졌다”면서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송창무도 마찬가지다. 2007년 2라운드 7순위로 LG에 입단한 송창무는 LG로 데뷔한 선수 중 팀내 최고참이다. LG의 암흑기에서 송창무는 외국선수를 혼자 막는 등 온갖 고생을 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LG가 크게 이긴 경기에만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송창무는 김종규의 1 대 1 연습파트너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신보다 후배가 주목받는 상황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송창무는 우직하게 김종규를 단련시켰다. 그 결과 김종규는 시즌 초반에 비해 몸싸움과 중거리 슈팅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밖에 LG는 지난해 주전급으로 뛰었던 박래훈, 기승호, 양우섭, 백인선 등의 출전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들은 우승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다.
김진 감독은 “주장 김영환과 기승호를 비롯해 선수들에게 고맙다.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자신을 희생해줬다. 이런 것들이 한데 모아져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영환 등 노련한 선수들이 실력발휘를 할 기회다. 경험이 부족한 LG에게 든든한 벤치멤버들은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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