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뭐야. 왜 3번이야?".
한화 김응룡 감독은 지난 9일 SK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타격코치들로부터 이날 선발 라인업을 받았다. 3번타자 3루수에는 김회성(29)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김 감독은 김회성의 이름을 가리켜 "이거 뭐야. 왜 3번이야?"라며 한마디했지만 코치들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요청해 선발 라인업은 수정되지 않았다.
김회성은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지난 8일 SK전에서 3번타자로 선발출장했으나 삼진 3개를 당하며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튿날 SK전에도 같은 타순에 선발출장했고, 첫 타석 우중간 2루타를 시작으로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월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김응룡 감독은 "난 빼려고 했는데 말야…"라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김회성은 "첫 날 나도 모르게 긴장됐는지 힘이 들어가 타이밍도 못 맞추고, 변화구 대처도 되지 않았다. 삼진만 3개를 먹었다"며 쑥스러워한 뒤 "공만 가볍게 맞힌다는 생각으로 하니 잘 맞더라. 경찰청 때부터 밀어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수비도 화려함보다는 내게 오는 공부터 잘 처리하고 싶다"고 기본을 강조했다.
김회성은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김응룡 감독이 복귀를 손꼽아 기다린 선수였다. 김 감독이 야인 시절 2군 경기를 보며 경찰청에서 예사롭지 않은 타격을 선보인 김회성을 주목했다. 김 감독은 "4번타자감이 돌아온다"고 그를 향한 기대를 표했다. 캠프와 시범경기에서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회성에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끔 채찍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회성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 막판부터 허리 통증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게 못마땅했다. "젊은 나이에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실망을 많이 했다. 장가도 안 간 녀석이 왜 허리가 아픈지"라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이 모두 애정이 있기에 쏟아내는 말이다. 김회성도 "허리 통증을 참고 뛰어보려했는데 쉽게 낫지 않았다. 이제는 허리 상태가 괜찮아졌다"며 "나도 감독님의 기대를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부담도 있었지만 이제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한다. 주전 경쟁이 치열한데 한 번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회성의 말대로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3루에 이대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캠프 막판만 놓고 보면 이대수가 훨씬 더 좋았다"며 "김회성이도 이대수가 있기 때문에 불안할 것이다. 다음 경기는 이대수에게도 기회를 줄 것"이라며 끝없는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대수는 시범경기 첫 날 교체출장해 1안타를 쳤다. 캠프 연습경기에서도 12타수 8안타 타율 6할6푼7리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시범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터뜨리기 시작한 김회성이지만 이대수의 벽을 넘지 못하면 주전 등극은 쉽지 않다. 김회성이 김응룡 감독의 당근과 채찍 속에 강하게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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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