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광주에서 신구장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의 개장식이 열렸다. 3년 간의 공사를 끝내고 야구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북구 임동의 챔피언스필드 일대는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내야석을 가득 채워 명품구장의 탄생을 반겼다.
개장 행사 가운데 눈에 띠는 행사는 타이거즈 레전드와 광주시 고교선수 올스타팀의 대결이었다. 원년 홈런왕 김봉연이 기막힌 1루 수비를 펼쳤고 20승 투수 왕눈이 이상윤은 1회에 마운드에 올라 어린선수들을 상대로 모처럼 볼을 던졌다. 조금 던지더니 팔이 아팠던지 마당쇠 송유석이 바통을 이었다. 송유석은 "레전드에서도 마당쇠 노릇이냐"며 말해 좌중을 웃겼다.
대도 김일권, KKK포의 일원 김준환도 빨간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0.1t 장채근과 최해식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특유의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향수를 자극했다. 국내 1호 노히트노런 방수원의 모습도 보였다. 현역시절 텃밭없었던 멀티플레이어 이건열은 이날만은 2루 주전으로 나섰다. 이적생으로 정확한 타격을 선보였던 송일섭도 타석에 섰다. 3이닝으로 진행된 경기는 0-1로 광주올스타팀의 승리. 역시 젊음에는 이길 수 없었다. 그래도 승패와 관련없이 레전드들은 신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다.

그러나 관중석은 썰렁했다. 여성아이돌그룹 '나인뮤지스'가 공연을 마치자 관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여서 맥빠진 모습이었다. 식후행사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배치됐다. 개장 기념 첫 야구경기는 프로야구도, 레전드 야구도 아닌 연예인 야구단의 경기였다. 일부 관중들은 "레전드 경기가 메인행사가 되어야 하는데 좀 이상하다"고 의아해했다. 뒤늦게 레전드 매치가 성사된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2시부터 진행된 공식행사를 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야구선수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정작 챔피언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KIA 선수들은 그 시간 대구에서 삼성과 시범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참석해 축사를 했지만 무언가 구색이 많지 않는 개장식이었다. 신구장 건립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었던 야구계 인사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KIA 선수들이 참여할 방법은 없었을까? KIA는 11일~12일 넥센과의 서울 시범경기를 마치면 13~14일은 경기가 없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도록 주말 개장식이 불가피했다면 사전에 KBO측에 요청해 시범경기 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9개 팀이기 때문에 한 팀은 경기를 못하는 날이었다. 1000만 관중의 토대가 되는 신구장의 개장식이니 KBO는 적극 도왔을 것이다.
행사내용도 밋밋했다. 행사를 관통하는 메인테마도 없었다. 적어도 1000억 원이 투입된 국내 최고 수준의 명품구장의 탄생이자 십 수년된 시민들의 숙원사업이 해결한 날이었다면 훨씬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행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틴탑'과 '나인뮤지스' 등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없었다면 시민 1만 명이 참여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선수들이 참여를 못했으니 팬들이 좋아하는 사인회도 어려웠다.
기념사에 나선 강운태 시장은 "공약을 지켰다"며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강 시장은 지난 2010년 광주시장 선거에서 야구장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최대의 난제였던 국비(토토기금) 유치에 성공했고 기아자동차그룹의 300억원 투자도 이끌어내 야구장을 건립했다. 그래서 신구장은 강 시장에게는 자랑하고 싶은 치적이다. 재선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시민들과 야구인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야구장 건립에는 공직자, 정치인 뿐만 아니라 야구인들의 도움도 지대했다. 시민들은 야구선수의 멋진 플레이를 보려고 신구장 건립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첫 출발하는 자리에 야구인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레전드스타들이 행사의 끄트머리를 빛냈을 뿐이었다. 무언가 부족한, 그래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개장식이었다.
OSEN 야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