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에서 입지가 줄어든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39)가 팀을 떠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치로는 현재 양키스에서 자기 자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키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커티스 그랜더슨을 잡지 않았지만 FA 시장에서 카를로스 벨트란, 제이코비 엘스버리를 영입해 외야 두 자리를 채웠다. 지명타자까지 외야수 4명을 쓴다 해도 남은 두 자리에도 발 빠른 브렛 가드너와 장타력을 갖춘 알폰소 소리아노가 우선순위다.
양키스가 버논 웰스를 떠나보냈지만 이치로의 자리는 여전히 없다. 현재로서는 누군가가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는 이상 이치로가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 오프시즌 동안 외야수가 부족한 팀으로의 트레이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트레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

ESPN의 칼럼니스트 버스터 올니는 이치로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을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올니는 10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치로는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고, 양키스 외야에서 남는 자원으로 보인다. 필리스는 외야에 도움이 될 선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치로에 대한 트레이드 루머가 있다거나 팔라델피아 필리스가 이치로를 원하고 있다는 말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면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다. 양키스 입장에서도 다른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다면 제 5의 외야수에 불과하지만 650만 달러(약 69억원)의 연봉을 받는 이치로를 처분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서도 이치로가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지난해 27홈런을 터뜨린 도모닉 브라운이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영입한 말론 버드 역시 지난 시즌 뉴욕 메츠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거치며 타율 .291에 24홈런을 때려냈다.
또한 88경기에 뛴 것이 전부지만 벤 르비어도 이치로보다는 앞서 있다. 르비어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하면서도 타율 .305에 22도루를 곁들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371개의 안타를 치면서도 홈런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장타력이 빈약한 것이 단점이지만, 장타력이 없는 것은 이치로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올니가 이야기한대로 필라델피아에 가더라도 보장된 자리는 없다. 제 4의 외야수가 되어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 투수 타석에 대타로 들어서거나 대주자, 대수비로 나서는 것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어느 팀에 가더라도 1번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치로의 달라진 입지가 세월의 빠른 흐름을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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