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 속에서도 공 하나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하는 경기였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호주 개막 2연전 선발로 내정된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을 3.00에서 2.45로 낮췄다.
첫 이닝에서의 산뜻한 결과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류현진은 홀수 이닝은 삼자범퇴로 마치고 짝수 이닝은 1사 후 피안타 하나씩을 내줬지만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엮어 4회까지 실점 없는 깔끔한 피칭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투구수도 4회까지 5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5회초 나온 실투 하나가 실점이 됐고, 이후 경기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5회초 선두타자 마이클 테일러를 상대한 류현진은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에 체인지업을 던지다 공이 몰려 솔로홈런을 내줬다. 이날 류현진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팀이 4-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 나온 솔로홈런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이 홈런이 경기 흐름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우선 류현진의 무실점이 깨진 것과 함께 오클랜드의 무득점 빈타가 이 홈런으로 끝났다.
또한 류현진의 이닝도 단축됐다. 4회까지 이어온 투구수를 생각한다면 5회를 짧게 가져갔을 때 6회 등판도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테일러의 홈런 이후 2사에 제이크 엘모어의 볼넷까지 나와 류현진의 투구수는 늘어났고, 5회까지 70개를 던진 류현진이 6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는 무리였다.
류현진에 눌리던 오클랜드 타선이 6회초 등판한 브랜든 리그를 두들겨 다저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점도 테일러 타석에서 나온 실투 하나가 아쉬웠던 이유였다. 리그는 6회초에 등판과 동시에 닉 푼토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조쉬 도널드슨에게 투런홈런을 얻어맞았다.
류현진이 무실점으로 조금 더 마운드에 머물렀다면 오클랜드 타선이 살아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기에 리그의 등판 시기와 함께 투구 내용도 달라졌을 수 있었다. 타선이 7회말 미겔 올리보의 3타점 2루타로 달아났지만, 승부가 동점이 되며 류현진의 승리가 날아간 부분이 공 하나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벌어진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결과가 중요하지 않지만, 페넌트레이스에 접어들어 이런 흐름이 나왔다면 1승을 잃는 것과 같다. 5이닝 1실점으로 소임을 다 했지만, 불펜에 리그라는 불안요소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정규시즌에는 실투를 줄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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