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극본 허성혜, 연출 배경수 김정현)는 지금까지로만 보자면 '비운의 드라마'다. 한 마디로 운이 너무 없었다.
1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일 방송된 '태양은 가득히'는 시청률 2.6%(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3.6%)보다도 1.0%P나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시청률은 '태양은 가득히'가 보인 최저 기록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세로(윤계상 분)와 영원(한지혜 분)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며 첫 키스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지만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별로 없었다.

반면 동시간대 방송된 MBC '기황후'는 26.9%를 찍었고, SBS '신의선물-14일'는 8.9%를 기록했다.
'태양은 가득히'의 이 같은 시청률 저조에 '이럴 드라마는 아니다'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 드라마는 태국에서 벌어진 다이아몬드 도난사건으로 인해 아버지와 인생 모두를 잃어버린 남자 정세로와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은 여자 한영원의 지독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지난 달 1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우선 배경 조건이 좋지 않았다. '기황후'가 단단한 벽을 치고 있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바통을 건네 받은 앞선 드라마들이 시청률 부진을 보였던 '예쁜 남자', '총리와 나'였다. '신의 선물-14일' 이 그래도 10%대의 시청률을 보였던 '따뜻한 말 한마디'의 온기를 물려받은 것과는 차이가 난다.
여기에 시청률 성패를 나누는 데 큰 부분인 첫 방송에서 대진운의 쓴 맛을 봤다.
'태양은 가득히'가 첫날 1, 2부 연속 방송을 할 때, SBS에서는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의 이상화 편이 전파를 탔다. 소치의 여신 이상화가 출연한 당시 방송의 시청률 역시 금메달. 10.6%로 4%포인트나 오른 수치를 보였다. 즉 '태양은 가득히'는 동계올림픽 스포츠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 첫 선을 보였고, 그 만큼 관심을 받을 파이가 적었다. 편성의 악수다.
'신의 선물-14일'이 소치 올림픽 중계로 첫 방송이 늦어져서, '태양은 가득히'가 2주간 선점할 기회가 있었다는 시선도 있으나, 오히려 '신의 선물-14일'이 올림픽이 끝난 후 드라마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왔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시청률 잡기가 쉽지 않은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를 시청률 저조 이유로 꼽는 이들도 있다. 앞서 KBS 2TV '상어'의 예상 외 부진이나 복합장르의 인기,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신드롬을 봤을 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 정답 역시 아니다. 분명한 것은 '태양은 가득히'가 여러 조건으로 인해 이 드라마를 알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자체가 올림픽에 묻혀버린 감이 컸고,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이 드라마가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1회부터 챙겨본 시청자들에게는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윤계상, 조진웅, 한지혜 등 배우들의 열연과 연기력이 아까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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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