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면서도 현란한 매력을 뽐내는 레이싱 모델들 사이에서도 가장 바쁜 사람들을 꼽는다면 한 사람이 바로 김하음(27)이다. 쉽게 볼 수 없는 고급차들의 모터쇼를 빛내고, 레이싱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는 그. 때로는 게임쇼 현장에서 게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해보이기만 한 그는 한 마디로 요약해서 가장 잘 나가는 레이싱 모델이다. 하지만 결코 요란하지 않다. 소박하면서 수수한 그를 봄을 앞두고 있는 3월 OSEN이 서울 서초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김하음을 만났다.
우리나이로 비교적 늦은 스물세살인 2009년에 레이싱 모델계에 입문한 김하음. 2010년 서울오토서비스 서울오토살롱 신인 레이싱모델 선발대회서 더클래식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국내 굵직굵직한 모터쇼나 게임쇼인 지스타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그가 요즘 새로운 재미에 빠져있다. 게임 마니아로 진즉에 소문났던 그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게임이 생겼다. 바로 1년 넘게 국내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가 김하음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화려해보이지만 때로는 불편한 시선을 받아들여야 할때 도 있는 어려운 직업 바로 레이싱 모델이다. 바로 게임은 그에게 안식처 갔다는 것이 김하음의 설명. 그는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게임 예찬론을 펼쳤다.

"요즘은 게임 관련 이벤트도 있었지만 저 자체가 게임을 너무 좋아해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고, 때로는 지인들과 함께 속 시원하게 수다를 떨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데는 게임만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8년전에 인기게임이었던 카트라이더도 이번에 다시 해봤는데 예전 추억이 절로 살아나더라고요".

사실 김하음의 인생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2004년이나 2005년 레이싱 모델을 시작한 것에 비해 늦게 시작한 김하음은 대학교 시절 무용학도였다. 그러다가 걸그룹을 준비하던 시절도 있었단다. 물론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미련없이 접었지만. 하지만 그 끼는 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친구의 소개로 늦게 시작한 레이싱 모델이지만 원래 자신의 끼를 발휘하면서 정상급의 모델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한 두 살 어린 친구들이 제 모델 동기들이죠. 레이싱모델 이전에는 쇼핑몰 모델이나 잡지 모델을 주로 했었어요. 쇼핑몰을 차렸다가 망한 경험도 있고요(웃음). 늦게 시작한 건 대학교 다닐때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도저히 성격이 안 맞더라고요.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죠. 레이싱 모델쪽에는 관심도 없었어요. 고지식한 편이기도 하고, 그냥 모터쇼를 보면 아 '예쁘다' '멋있다' 정도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저도 이쪽에서 일을 하고 있네요".
해마다 게임쇼 단골손님인 그답게 여러가지 게임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그에게도 찰떡궁합 같은 게임을 말하자면 바로 LOL이다. 김하음은 LOL에 대한 에피소드 한 가지를 들려줬다. 민주희 조은나래 처럼 그도 '롤챔스'의 여신이 될 뻔 했던 깜짝 사연을 말이다.
"재작년 겨울에 온게임넷측에서 '롤챔스' 리포터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주셨어요. 제가 겨울에는 스노보드 선수로 활동을 하는데 당시 스케줄 문제로 미국에 가면서 부득이하게 답변을 바로 드리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때마침 대회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면서 낭패를 봤죠.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이에요. 저한테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고의 게임채널 온게임넷이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미국에서도 틈나는대로 공부를 했거든요. 게임을 할 줄은 알지만 선수들도 잘 모르고, 여러가지 포지션을 두루 이해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좀 크게 다치면서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됐어요. 인연이 아니었나봐요".
'롤챔스'의 여신이 될 뻔한 기회가 사라졌지만 LOL과 거리를 둘 수 없었다는 김하음. 그는 비록 예선 1차전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LOL 아마추어 챌린지 레이디스'에 레이싱모델 홍은빈 김하음 천보영 민시아 홍지연 등과 '팀 레이싱'으로 출전 하면서 LOL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온게임넷 출연진들과 치른 이벤트전에서는 생각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완승을 토하기도.
"온게임넷 분들에게 계속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때마침 아마추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회가 시작되서 레이싱 모델 동생들과 함께 대회를 나가기로 했어요.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기기 쉽지 않았겠지만 너무 긴장을 많이 하는 바람에 저 때문에 예선을 망쳤죠. 너무 떨리더라고요. 나름 연습을 많이 했는데".

국내 서버가 열리자 마자 LOL의 매력에 푹 빠져든 그는 하단 공격수(원거리 딜러)를 제외하고는 전 포지션을 즐길 수 있다는 김하음은 자신만의 게임 예찬론을 꺼내들었다. 그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예전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부터,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과 인연이 시작됐지만 전 어디까지나 '즐겜'유저에요. 승부욕은 있지만 항상 마음 먹은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요. 다만 지인들과 함께 '토크온'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면 즐거움이 두 배 이상이 되는 거 같아요. 물론 롤을 하다가 세상에 들어보지 못한 욕을 들어본 적도 있지만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건 직업이든 취미든 너무 좋지 않을까요".
억지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던 김하음, 그는 진정한 자연미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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