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했다. 포항 스틸러스가 악조건을 딛고 부리람 유나이티드 원정길서 귀중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포항은 11일(한국시간) 오후 태국 부리람 아이(I) 모바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2차전 원정 경기서 전반 중반 김태수와 김승대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후반 중반 아디삭 크라이손이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부리람을 2-1로 물리쳤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1승 1무, 승점 4점(골득실 +1)을 기록하며 앞서 세레소 오사카 원정길서 3-1로 대승을 거둔 산둥 루넝(승점 4점, 골득실 +2)에 골득실 뒤진 조 2위에 자리했다.

'1승' 이상의 값진 승리다. 모든 악조건을 이겨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김해 공항에서 부리람에 도착하는 데만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무더운 날씨도 변수였다. 한국의 겨울철 날씨와 비교해 한 여름과 같은 부리람의 기온은 발걸음을 더욱 무디게 만들 것이 자명했다. 특유의 응원 구호를 장착한 부리람 원정 팬들도 부담이었다.
넉넉치 못한 스쿼드도 고민거리였다. 포항은 올 시즌 ACL, K리그 클래식, FA컵 등 3개 대회를 소화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전방 공격수 부재였다. 올 시즌도 외국인 공격수 영입은 없었다. 설상가상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베테랑 공격수 박성호와 노병준이 팀을 떠났고, 황진성도 붙잡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게다 올 시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세레소 오사카와 ACL 홈 개막전서 1-1로 비긴 데 이어 K리그 클래식 홈 개막전서 울산 현대에 0-1로 석패했다. 두 경기 모두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전방에서 마침표를 찍지 못한 터였다.
우려는 기우였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던 부리람 원정길서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골가뭄 해소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 맹활약을 펼친 뒤 올 시즌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승대의 시즌 첫 골로 전방의 고민을 덜어냈다.
골 장면 또한 완벽했다. 고무열→이명주→고무열→김태수로 연결된 선제골 장면은 포항 특유의 스틸타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전반 중반 추가골은 포항의 미래 이명주와 김승대가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수비 뒷공간을 노린 이명주의 자로 잰 듯한 스루 패스가 시발점이었고, 김승대의 빠른 질주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절묘하게 감아 찼던 결정력도 돋보였다.
그림자도 있었다. 전반 2-0으로 리드한 이후 후반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미드필드와 수비 간격이 벌어지며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내줬다. 전방에서의 결정력도 전반에 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스틸타카도 빛을 잃었다. 롱패스를 남발했고, 걷어내기에 급급했다. 체력적인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원정길서 분명한 과제를 남긴 셈이었다.
포항은 앞선 2경기서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부리람전을 통해 지난 시즌 영광 재현의 가능성을 엿봤다. 새로운 출발대에 선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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