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새 외국인 타자 브렛 필(30)이 공수에서 제 기량을 펴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KIA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필은 팀이 치른 3번의 시범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는 못하다. 3경기에서 10차례 타석에 들어선 필은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필이 3번의 원정경기에서 남긴 기록은 10타수 무안타 2삼진이 전부다.
기록상으로는 타격 부진을 겪었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수비가 더 문제였다.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외야의 코너를 양측 코너를 오간 필은 펜스 플레이와 타구 판단 미숙을 드러냈고, 6회말 유한준의 좌전안타 상황에서는 홈 송구에 신경을 쓰다 포구에 실패해 3루에서 묶을 수 있었던 2루 주자를 홈에 들여보냈다. 이 플레이에 흐름은 6-6이 됐고, 곧바로 역전을 허용한 KIA는 패했다.

이날 KIA가 필을 외야수로 투입한 것은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필을 외야수로 쓸 경우 KIA는 1루수에 김주형을 넣을 수 있고, 나지완이나 최희섭 혹은 체력 비축이 필요한 선수를 번갈아 지명타자 자리에 기용하며 공격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필의 수비는 KIA를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가끔씩 외야수로 뛴 경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필의 외야 수비는 전문 외야수에 비해 크게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 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KIA가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필을 외야수로 쓰게 된다면 수비에서의 불안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반면 타격은 반등할 수 있다는 평가다. 11일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였지만 삼진은 하나도 없었고, 처음 보는 투수들의 공에도 타이밍을 곧잘 맞췄다. 이날 경기를 중계했던 중계진도 필이 안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자기 스윙을 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며 계기만 마련되면 타격감이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마이너리그에서 거둔 최근 성적으로 봐도 필의 타격은 아직 기대할 구석이 많다. 루크 스캇(SK)이나 호르헤 칸투(두산)에 비해 명성은 낮지만 계약 당시부터 실속에서는 필이 뒤질 것이 없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필은 국내의 다른 구단에서도 영입 대상으로 점찍고 탐냈던 선수다. 처음부터 타격 자질을 보고 데려온 만큼 필의 타격은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