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벨·리오단, 데뷔전 순항...성공 위한 과제는?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12 06: 14

베일에 쌓여있던 LG 외국인선수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
LG의 내야수 조시 벨과 선발투수 코리 리오단은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첫 번째 시범경기에 출장했다. 계약발표 당시 타 팀 외국인선수에 비해 빈약한 커리어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보여준 활약을 첫 번째 시범경기서도 이어갔다.
먼저 벨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3루에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두 개나 만들었다. 2회말 이호준의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처리했고, 3회말에는 지석훈의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정확하게 1루 송구해 범타 처리, 리오단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기태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벨에 대해 “3루 수비는 정말 엄청나다. 수비는 자신 한다”고 했던 것을 곧바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리오단도 자신의 장점을 이날 경기서 마음껏 보였다. 리오단은 4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3회까지 빠른 템포, 패스트볼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로 퍼펙트 행진을 벌였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140km 이상에서 형성됐고, 최고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특히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날카로웠다. 커브의 각도 예리해 스트라이크 존에 마음대로 넣을 수 있다면, 좋은 무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더 지켜볼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벨은 NC 토종 에이스투수 이재학을 상대로 빠른 승부를 벌였지만 타구가 내야를 넘기지 못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선 3구만에 1루 땅볼로 물러났고, 4회초에는 초구에 2루 플라이를 쳤다. 이재학의 무브먼트를 이겨내지 못하고 빗맞은 타구만 만들었다. 마지막 타석에선 이혜천을 상대로 불넷으로 출루했는데, 시작부터 연달아 볼이 세 개가 들어왔다. 네 번째로 볼 판정을 받은 투구 역시 스트라이크존에서 한참을 벗어났었다. 선구안이 좋다기보다는 이혜천의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나온 볼넷이었다.
벨의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1할9푼5리. 마이너리그 무대 중에도 루키리그서만 3할1푼2리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더블A 무대였다. 2009년 벨은 다저스와 볼티모어 산하 더블A팀에서 타율 2할9푼5리 20홈런 76타점 OPS .892로 활약했고, 당해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37위에 랭크됐다. 결국 벨이 타격에서 골든벨을 울리려면 2009년 더블A 무대서의 모습을 한국에서 재현해야한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리오단은 4회말 우타자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맞고, 모창민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트리플A 무대서 고전했던 모습이 보인 것이다. 리오단은 베이스볼 아메리카 리포트에서 좌타자보다 우타자에게 약하며 주자 출루시 제구가 흔들리고 위기 극복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실제로 장기인 투심 패스트볼 궤적이 우타자보다는 좌타자에게 경쟁력이 있었다. 주자가 출루해 슬라이드 스텝으로 투구하자 갑자기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범했다. 지난해 리오단의 트리플A 평균자책점은 6.75였다.
물론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지금은 시즌 개막을 대비해 컨디션을 올리는 시기다. 당연히 단 한 경기만 갖고 고평가도, 저평가도 내릴 수 없다. 그래도 확실히 긍정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부분은 둘의 마인드다. 주장 이진영은 벨과 리오단에 대해 “한국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다른 외국인선수들과는 다르게 배우려는 자세,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자세가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벨은 수비에 앞서 3루심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야수가 심판을 향해 인사하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한국야구에 대한 진정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리오단도 이날 경기를 마치고 “한국 타자들에 대해 배우고 있다. 주자가 있었을 때 볼넷을 내주며 컨트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직 3월이다. 슬라이드 스텝에 대한 부담은 없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선수가 한국무대를 거친 가운데, 네임벨류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어도 자신의 기량을 한국무대에 맞추지 못하면 실패했다. 모범 외국인선수 더스틴 니퍼트는 데뷔해인 2011시즌 시범 경기서 슬라이드 스텝에 문제점을 노출해 쉽게 도루를 허용한 바 있다. 그런데 개막전까지 이를 고쳤고, 4년째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NC와 재계약에 성공한 에릭 해커 또한 2013시즌 초반 슬라이드 스텝이 느려 고전했지만 2군 무대서 이를 집중 수정해 든든한 선발투수가 됐다.
벨과 리오단도 앞으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약점을 보완하려 한다면 ‘코리안 드림’에 가까워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야구는 완벽을 쫓아가는 게 아닌, 약점을 극복하고 실수를 줄이는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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