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뛰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지난 1월 15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박명환(37, NC)이 인천공항에서 한 말이다. 그의 1차 목표는 시범경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 1차 목표는 이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찍혔다. 박명환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박명환은 11일 마산 LG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1340일 만에 공식 경기 마운드에 오른 박명환은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이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구속은 140km 중반까지 나왔고 타자와 마운드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도 증명했다. 첫 경기였지만 가능성을 보인 것만으로도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지난 1월 중순 애리조나 투산에서 만난 박명환은 다른 투수들이 불펜피칭에 돌입했을 때 롱(long) 토스를 하고 있었다. 페이스가 늦었던 것.
당시 최일언 투수코치는 “처음엔 60m 거리에서 던지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명환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 코치 지도 아래 캠프에서 땀을 흘린 박명환은 조금씩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최 코치는 “훈련 자세가 젊은 선수들과는 틀리다”라고 덧붙였다.
박명환은 기어코 시범경기 엔트리에 들어와 세 번째 경기 만에 등판했다. 전날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구질을 점검했다. 구속은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그의 말대로 아직 90%의 몸 상태다.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구속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시 1월 15일 인천공항. 박명환은 “시범경기 때 투수 쪽에서 중간이든 선발이든 한 자리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두 달 가량 흐른 지금 김경문 감독은 박명환을 중간 투수로 활용할 방침을 정했다.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4.73으로 흔들렸던 팀에 박명환의 경험과 관록은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민한도 체력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몸 상태에 물음표가 달렸던 박명환은 전날 호투로 이를 말끔히 씻었다. 박명환이 불펜에서 1이닝을 책임진다면 손민한과 함께 팀에 큰 버팀목이 된다. 두 명의 베테랑 투수가 뒤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젊은 중간 투수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박명환의 부활이 팀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ainshin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