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가 불안한 39살 여자들의 삶을 리얼하게 담아 여성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사며 막을 내렸다. 19살, 29살, 그리고 39살.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상황을 앞두고 있으면 누구나 한 번씩 느꼈을 만한 초조함과 불안함, 고단함을 가슴 깊이 그려냈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극본 박민정, 연출 김윤철, 이하 우사수) 20회분에서는 정완(유진 분), 선미(김유미 분), 지현(최정윤 분)은 마치 또 다시 온 사춘기 같은 39살을 지나 40살에 사랑과 꿈, 가정을 이뤘다.
‘우사수’는 대한민국 여자들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달프고도 뜨거운 30대라는 선상에 놓인 삼인삼색 세 여자의 좌충우돌 고군분투기를 그린 드라마. 앞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연출한 김윤철 감독과 ‘막돼먹은 영애씨’의 박민정 작가가 손잡고 만든 작품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우사수’는 39살 여자들의 사랑과 삶에 대해 솔직하게 그려 시작부터 공감을 얻었다.

39살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사수’는 20대, 30대, 그리고 40대 이상이라도 세 여자들의 인생에 웃고 울었다. 오경수(엄태웅 분)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감독이거나 다정한 영화제작사 대표 안도영(김성수 분),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 최윤석(박민우 분)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여자들의 삶은 주변에서 충분히 벌어지고 있는, 그리고 시청자 자신이 겪고 있는 일들이기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이혼하고 마트 일을 하며 어렵게 작가로 재기한 정완, 성공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지만 한없이 쓸쓸한 선미,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시어머니의 갖은 구박과 폭력에 당하는 지현의 험난한 세상살이,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운명 같은 사랑이 복합적으로 담겼다.
세 여자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져 왔지만 얄팍한 우정 같았다. 친구라면 함께 고민해도 될 문제를 자존심 때문에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그저 숨기기에 급급했고 그저 무늬만 친구 같았다. 선미는 윤석의 아이를 임신하고서도 정완의 남자 경수를 뺏으려고 하고, 친구 앞에서 이중적인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한 태도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참 얄팍해 보였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세월은 무시 못 할 시간이었다. 벼랑 끝에 몰리자 결국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도,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의 남자를 빼앗으려고 했던 걸 용서할 수 있는 사람도 오랜 친구였다.

그리고 정완과 선미, 지현은 39살이지만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질풍노도시기를 겪는 사춘기 소녀처럼 험난했다. 나이에 걸 맞는 현실적인 판단을 제외하고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진심과 열정은 10대 못지않았다.
현실적인 스토리와 함께 가슴을 파고드는 배우 유진, 김유미, 최정윤, 엄태웅, 김성수, 박민우 등의 열연이 빛났다. 특히 유진과 엄태웅, 박민우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모습, 연기변신으로 보는 즐거움을 줬다.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많은 서른아홉의 정완을 괴리감 없이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유진의 섬세한 열연은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그간 무게감 있는 연기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엄태웅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푹 빠져 정완의 태도 하나하나에 좋아 죽고 우울해 하는 모습으로 절로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분명 엄태웅의 신선한 매력이었다.
박민우는 10살 연상인 선미를 포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하고 자신의 아이까지 임신한 선미에게 헌신하는 윤석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고 앞으로의 연기를 기대케 했다.
한편 ‘우사수’ 후속으로는 김희애, 유아인이 출연하는 ‘밀회’가 오는 17일 오후 9시 45분 첫 방송된다. ‘밀회’는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살던 오혜원(김희애 분)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사랑을 그린 감성적인 멜로드라마다.
kangsj@osen.co.kr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