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는 박병호(넥센)와 더불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좌형우 우병호'라는 표현이 딱이다.
방출과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은 최형우는 2008년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1년 홈런, 타점, 장타율 부문 1위 등극과 더불어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삼성의 사상 첫 통합 3연패 달성을 이끈 주역이기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3개다. 최형우는 말한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최형우에게도 경험하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그는 단 한 번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없다. 경찰청 시절이었던 2007년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참가한 게 전부. 그리고 정규 시즌 MVP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2011년 타격 3관왕에 등극하며 MVP 후보 명단에 포함됐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최형우의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은 유력하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 승선에 대한 물음마다 "조국을 위해 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큰 영광이지만 절대 욕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표팀 참가에 강한 의욕을 내비친 일부 선수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정규 시즌 MVP 또한 마찬가지. 그는 "단 한 번도 (MVP를)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기쁨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규 시즌 MVP 등극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못박았다. 왜 이럴까. '너무 욕심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최형우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대표팀과 MVP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아무런 꿈과 희망이 없이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내게 최고의 목표는 꾸준함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날 수도 있다".
2008년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끈 최형우는 해마다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는 땀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는 "주변에서 40홈런에 한 번 도전해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하지만 나는 40홈런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최형우에게 목표가 없는 건 아니다. 전 경기 출장과 생애 두 번째 타점왕 등극이 그것이다. 최형우는 2008, 2011, 2013년 세 차례 전 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전 경기 출장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자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정규 시즌을 소화한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타이틀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연봉 고과 산정에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팬들은 최형우를 두고 금강불괴(金剛不壞)라 표현한다. 금강불괴는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용어로 어떤 검이나 독으로도 죽일 수 없는 절세무공을 가진 신체를 의미한다. 2008년부터 삼성의 주축 타자로 활약한 최형우는 큰 부상없이 그라운드를 지켰다.
그렇다고 부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언젠가 그는 "나도 인간이기에 안 아플 수 없다. 여기저기 아픈 곳도 있었지만 부러지지 않는 한 나가는 게 선수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전 경기 출장은 목표가 아닌 당연한 의무"라며 "전 경기 출장을 하면 팀과 개인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타점왕 또한 마찬가지. 그는 팀 승리에 직결되는 타점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게 4번 타자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여긴다. 얼핏 보면 욕심이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했다.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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