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심장이 뛴다'는 웃음 아닌 분노로 시청자를 들끓게 했다. 이 분노가 '심장이 뛴다'의 존재 이유였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심장이 뛴다'에서는 불법주차 차량들로 인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 이야기의 부제는 '봄이 오는 골목'이었다. 낭만적 부제에 비극적 참사, 아이러니한 현실이었다.
앞서 '심장이 뛴다'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바삐 길을 가는 소방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시민들의 의식을 꼬집었다. 그리고 이번 방송에서는 시민들이 길을 비켜줘도 지나갈 수 없는 현실을 화면에 담아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주차차량들이 그 원인이었다.

시청자는 분노했다. 급히 지나가려는 소방차 앞을 막아선 차량, 너무나도 뻔뻔하게 소방대원에게 차키를 건네며 마치 대리 주차를 해달라는 식의 당당한 요구를 하는 시민,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출동을 위해 불법주차차량을 운전해야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화요일 밤 안방극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 뿐 아니었다. 골목마다 들어선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많은 소방대원들은 무거운 장비들을 직접 들고 먼 거리를 뛰어 이동해야했다. 불을 끄기 위해 길고 긴 호스가 동원되기도 했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은 화재 현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여섯 명의 소방관의 이야기도 등장했다. 불법주차차량들로 인해 접근은 어려웠고, 건물주는 불길 속에 아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건물은 무너져내렸다. 동료들은 건물더미에 갇힌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그 곳을 파헤쳤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눈 내리는 겨울의 새벽, 그렇게 여성 명의 대원들은 안타깝게 모두의 곁을 떠났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는 이 모든 일들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을 쳐야했다.
'심장이 뛴다'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웃음 보다는 분노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는 곧 이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치다. 분노로 인해 심장이 뛰고 누군가의 행동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이 '심장이 뛴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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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