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포지션으로 돌아온 KIA의 외국인 타자 브렛 필(30)이 타석에서도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필은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팀의 3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지난 3경기에서 선동렬 감독의 실험 속에 외야수로만 나섰던 필은 이날 자신의 주 포지션인 1루수로 처음 나섰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외야에서 보였던 수비 불안은 보이지 않았다. 외야수로 설 때는 타구 판단과 펜스 플레이, 집중력 등에서 불안한 면을 노출했지만, 자기 포지션에서는 달랐다. 필은 원바운드에 가까운 1루 송구도 무리 없이 포구해내며 투수들을 도왔다.

익숙한 자리로 돌아오자 타격 부진도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지난 3경기에서 한 번도 출루하지 못하고 10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2차례 당했던 필은 이날 타격감을 뽐내며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멀티히트와 함께 첫 타점까지 올렸다. 필의 활약 속에 KIA는 넥센에 6-1로 승리했다.
기다렸던 안타는 첫 타석부터 나왔다. 필은 1회초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브랜든 나이트를 맞아 깨끗한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시범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어 4회초에는 2사 1, 2루에 나와 중전 적시타까지 날려 멀티히트에 타점까지 챙겼다.
나이트가 물러난 뒤에도 필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7회초 바뀐 투수 우완 조덕길을 맞이한 필은 좌측 파울라인 부근으로 날린 날카로운 타구가 파울이 됐지만, 이후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다시 출루했다. 4번의 타석에서 3안타를 만들어낸 필은 대주자 박기남과 교체되며 경기에서 빠졌다.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지난 11일 경기에서도 필은 타격 타이밍이 나쁘지 않아 곧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런 예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경기에서 3안타를 폭발시키며 시범경기 타율을 .214(14타수 3안타)로 끌어올렸다.
본연의 포지션으로 돌아온 필이 3안타를 몰아쳐 KIA 선동렬 고민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필의 3안타가 나온 것이 단순히 1루수로 기용했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낯익은 자리에 들어갔을 때 타석에서도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필을 되도록 외야수로 쓸 방침이지만, 포지션에 따라 필이 타석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린다면 1루에 고정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내야와 외야를 오고갈 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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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