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 딜레마' 조민국, "소인배 소리할 것 아닌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3.13 06: 59

"갑자기 끝난 이야기가 나와서..."
조민국(51) 울산 현대 감독이 경남FC으로 간 골키퍼 김영광(31)의 이야기가 나오자 밝았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조민국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2일 오후 7시 30분 홈인 울산문수구장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2차전에서 유준수의 결승골과 김신욱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울산은 지난달 26일 호주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원정경기 3-1 승리에 이어 ACL 연승을 달려 승점 6점을 확보, 이변이 없는 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또 지난 8일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거둔 1-0 승리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3연승. 울산으로서는 더 없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그런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조 감독이었지만 김영광 이야기에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에 김영광을 1년 임대 형식으로 이적시킨 바 있다. 이적 당시 울산은 비록 구두였지만 원소속팀 울산과의 경기에는 김영광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16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리는 울산과 경남의 맞대결을 앞두고 김영광의 출전 여부가 부상한 것이다. 경남 측에서 언론을 통해 "출전금지 조항이 없는 만큼 김영광을 출전시킬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조 감독은 "처음 구단 내부에서 김영광 임대 이야기가 나와서 절대 반대했다. 그런데 경남 쪽에서 하도 간곡하게 연락이 와서 형식적으로 임대금을 받는 것으로 하고 영광이를 내줬다"면서 "당시 분명히 우리 경기 때는 영광이를 내지 말라는 부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차만 감독은 고려대 선배를 떠나 내게 선생님이시다. 문서에 남기지 않은 것은 그냥 전화로 이야기 해도 될 것으로 믿었다"며 "경남이 언론을 통해 그렇게 말하면 김영광을 쓰겠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고 우리가 안된다고 하면 대인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다. 구단 고위층에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해뒀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구두약속을 했다고는 하지만 계약서로 남아 있지 않은 만큼 경남이 김영광을 내세우는 것은 하자가 없다. 대신 도의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조 감독은 "솔직히 경남의 팀 사정상 시즌 내내 김영광을 내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은 맞다. 최소 첫 경기는 내지 말아 달라는 뜻이었는데 그게 안될 것 같다"면서 "김영광이 골문을 지키면 경남 수비는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골키퍼가 든든해지면 한층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 울산 관계자는 "정말 이렇게 되면 앞으로 경남과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씁쓸해 했다.
한편 울산은 김영광의 등번호 1번을 올해 결번으로 정했다. 김영광이 지난 2007년 울산 입단 대부터 졸곧 달았던 등번호인 만큼 그가 돌아오면 다시 1번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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