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괴물인 연쇄 살인마와 그를 쫓는 미친 여자. 이 두 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빛이 났지만 이를 무색하게 만든 건 영화 곳곳에 펼쳐져 있는 감독의 무리수였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는 연쇄 살인마와 복수를 위해 그를 쫓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삼고 있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알 수 없는 코믹 요소와 캐릭터에 치중한 나머지 스릴러의 가장 큰 장점인 긴장감을 놓치는 등 치명적 약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몬스터'는 연쇄 살인마 태수(이민기 분)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미친 여자 복순(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화 '오싹한 연애'를 통해 코믹과 호러를 잘 결합시켰다는 평을 받은 황인호 감독의 차기작이다.

태수는 형의 부탁을 받고 한 여자를 죽이지만 그의 얼굴을 목격한 여자의 동생 나리(안서현 분)를 죽이려던 중 복순의 동생을 죽이고 만다. 이를 목격한 복순은 나리와 함께 태수를 추격, 그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그간 부드럽고 귀여운 이미지의 배우였던 이민기가 연쇄 살인마 태수로 분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모습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끌어냈고 '은교'로 강렬한 데뷔를 알린 김고은은 미친 여자 복순을 통해 시험대에 올랐던 두 번째 작품 속 연기력을 입증해 보였다.
두 주인공 외에도 김부선, 김뢰하, 안서현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을 선보이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을 무색하게 만든 건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코믹적 요소. 쫄깃한 스릴러를 기대하고 갔던 관객이라면 갑작스런 코믹적 요소에 당황할 수밖에 없고 스릴러와 코믹의 조화를 기대하고 갔던 관객 역시 '무리수'라 느껴질 만큼의 B급 정서는 극의 몰입을 깨버렸다.
극 초반 등장하는 '꼬꼬마 텔레토비'의 패러디는 무엇보다도 당황스러운 장면 중 하나. 복순의 꿈으로 등장하는 이 장면에서 복순의 할머니는 태양으로 등장해 복순에게 말을 건다. 당초 시나리오에 없었다던 이 장면은 극 초반 등장해 관객들에게 당황을 넘은 당혹함을 안겼다. '몬스터'가 스릴러와 코믹 장르의 결합이라는 것을 알리기엔 좋은 요소지만 도를 넘었다는 평이다.
캐릭터에 치중하다 보니 스릴러가 지니고 있어야 할 긴장감을 놓쳤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몬스터' 연출을 맡은 황인호 감독은 '몬스터'에 대해 "뻔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는 싫었다며 캐릭터에 중점을 맞춘 영화"라고 설명한 바 있다. 때문에 영화에선 태수와 복순의 대결보단 두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점차 뒤로 갈수록 두 사람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기보단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해지고 때문에 뻔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할 긴장감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황인호 감독은 '오싹한 연애'로 장르의 결합을 성공시켰다.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가 가미된 '오싹한 연애'는 두 장르를 절묘하게 아우르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장르 결합에 대한 욕심이 '몬스터'에선 무리수를 불러온 듯 보인다. 뛰고 날고 구르고, 배우들의 열연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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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