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에 또 하나의 히트상품이 탄생할 조짐이다. 강속구로 주목받고 있는 2년차 투수 조상우(20)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도, 무리하게 선발로 쓰지도 않기로 했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다는 생각이다.
조상우는 팀의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치르며 부쩍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벌써부터 최고 153㎞를 찍은 강속구가 일품이다. 지난해에는 제구가 불안해 1군에서 활용되지 못했지만 이 약점을 보완하며 위력적인 투수로 발돋움 중이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1피안타 4탈삼진 호투로 올해 주목할 만한 전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뛰어난 체격조건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공은 치명적인 매력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이런 대명제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초반에는 불펜으로 쓸 것이라 공언했다. 조상우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망주의 앞길을 고려한 선택이다. 조상우를 아끼는 염 감독의 심정도 느낄 수 있다.

염 감독은 13일 목동 SK전을 앞두고 조상우에 대해 “투구수 60개가 넘어가면 힘이 떨어지더라. 힘으로만 던지는 측면이 있다”라면서 “자신의 투구 매커니즘을 갖추고 그에 따라 던지면 100개 이상도 던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염 감독의 판단이다.
결국 선발진 진입 시기는 조상우가 얼마나 빨리 깨달음을 얻느냐에 달렸다. 염 감독은 “중간에서 성공하고 투구 매커니즘이 잡히면 ‘세게 던지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지금은 그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현재는 짧게 뛰는 것이 팀에나 자신에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염 감독이 속으로 품고 있는 기대치는 누구보다 크다. 조상우가 앞으로 어떻게 뻗어나가느냐를 지켜보는 일이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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