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 꽃미남은 어떻게 괴물이 됐나[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3.13 14: 42

얼굴에 음영이 질 정도로 쑥 들어가있는 볼과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눈빛. 죽여야 할 사람 앞에선 더욱 공포스럽게 변하는 눈과 비릿한 웃음. 영화 '오싹한 연애' 속 귀신에 놀라 허둥대던 이민기는 온데간데없고 '연애의 온도' 속 사랑 앞에서 찌질해지는 이민기도 없다. 영화 '몬스터'에선 연쇄 살인마 태수만 있을 뿐이다.
너무나도 놀라운 변신이다. 귀여운 연하남, 꽃미남, 패셔니스타 등등 청춘스타라면 누구나 한번 쯤 가져봤을 만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가 '몬스터'에선 태생부터 괴물인 연쇄 살인마로 변신했다. 단, '외로운' 연쇄 살인마다. 영화에선 그가 왜 연쇄 살인마가 됐는지 과거가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저지르는 살인은 그의 살인의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이민기가 변신의 대상으로 '몬스터'를 선택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인물의 드라마를 그려냈다는 점이 이민기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라 노출도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치 중 하나였기 때문에 망설임 없었다. 대신, 당초 찍기로 했던 등이 아닌 옆모습이어서 당황했다는 건 하나의 비하인드스토리.

"대부분의 스릴러에서 악역이나 살인마 설정은 극의 긴장감만 잡아주고 문제만 일으키는 장치적 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몬스터' 속 태수는 장치적인 요소를 넘어선 그 무언가의 지점이 있었어요. 그 인물의 드라마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죠. 전라 노출도 태수의 과거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가 없는 대신 태수의 과거를 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였죠. 그런데 원래 등을 찍기로 했었거든요. 강인하고 남자답지만 외로워 보이는 등. 그래서 등 열심히 만들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옆으로 앉아볼까' 이러시더니 '이게 낫겠다' 이래서 옆모습으로 찍었어요(웃음)."
과감한 변신을 위한 고통은 컸다. '몬스터' 촬영 전 오롯이 태수가 되고 싶었던 이민기는 태수가 되면 될수록 점차 예민해져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예민해진 탓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잠에서 깰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인물이 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준비할 때 예민해지는 게 있었는데 그게 태수랑 가까워진다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즐기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말을 하는 것도 태수가 하듯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고 행동을 하는 것도 태수가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니까 오롯이 태수가 되려 노력했죠. 너무 힘들었던 건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잠을 못 자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오래가니까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사람이 예민해지는 거 한순간이에요(웃음). 불면증이 온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뒤척이다가 바스락 소리만 나도 깼어요. 촬영 들어가니까 오히려 나아지더라고요."
고통은 썼지만 열매는 달았다. 언론시사회 이후 처음 보는 이민기의 마초적인 모습에 호평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평을 전하자 이민기는 그저 "다행이다"라고 속삭이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자 그 역시 자신의 눈을 보고 뿌듯했단다. 노력한 것이 나온 것 같아 뿌듯했다고. '희번덕 거리는 눈이 섹시하기까지 했다'는 말에 이민기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다행이다"를 되뇌었다.
"영화를 준비해 온 기간 동안 노력한 것들이 나온 것 같더라고요. 나도 모르는 내 얼굴, 표정 이런 것들을 보니까요. 촬영할 때는 모니터링을 거의 안 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봤을 때 나름의 뿌듯함이 있었죠. 촬영할 때 왜 모니터링 안 했냐고요? 변화에 집착할까 봐요. 나는 나로서 태수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되는데 '살인마는 이렇게 해야되지 않을까, 저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 혹은 '나는 변신을 해야 되는데 이렇게 해야 더 변신하는 걸까' 이런 강박들에 집착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느껴지는 대로 연기를 했어요. 확신도 있었죠. 준비기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만든 태수는 여기까지니까 더 하는 건 오버일 것 같고 지금까지 해온 게 모자라다면 내 문제'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 이제야 이민기는 속 안에 있던 에너지를 폭발시킨 걸까. 조금만 더 일찍 변신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는 지금, 이 시점에 '몬스터'를 만났기 때문에 변신이 가능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다음 작품 '황제를 위하여'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혼자만의 에너지를 조금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이야기했다.
"지금 했으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웃음). 그런데 사실 변화도 관객분들이 봐주셔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음.. 앞으로의 변화. 아마 다음 작품에서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의 매력을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몬스터'에서 제 배를 보시면 핏줄이 막 나와있거든요. 예쁜 몸은 아닌데 다음 작품에선 더 예쁜 몸을 보여드릴 수도 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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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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