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광 홈런쇼도 바꾸지 못한 염경엽 감독 철학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3.14 06: 02

"시즌 시작하면 2군에 가야지".
거포 유망주의 '무력 시위'에도 감독의 어투는 단호했다.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강지광(24)은 지난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첫 타석 홈런 포함 2안타(2홈런) 2득점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3홈런으로 시범경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타자로 2군 첫 타석에 들어선 그지만 벌써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한창 페이스가 좋은 선수를 정규 시즌에서도 쓰고 싶은 욕심이 들 만하다. 가장 좋은 컨디션의 선수들 만으로 엔트리를 짜는 것이 팀을 운영하는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 그러나 13일 경기가 끝난 뒤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은 시범경기가 끝나면 퓨처스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염 감독이 강지광을 2군에 보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염 감독의 선수 기용 철학. 염 감독은 "나는 선수를 쓸 때 지난해 고생했던 선수가 먼저다. 문우람, 유한준, 이성열 등 지난 시즌 팀을 위해 뛰었던 선수들이, 갑자기 좋은 외야수가 생겼다고 2군에 간다면 그 허탈함이 클 것이다. 다만 이 선수들 중에 빈 곳이 생긴다면 강지광이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멀리 내다보고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것. 염 감독은 "강지광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1군에서 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페이스가 좋은데 다시 떨어지게 되면 페이스를 올리는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 1군에서 좋은 상태로 2군을 겪게 되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본인에게도 큰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과 강지광은 전부터 올해를 2군에서 보내기로 약속했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며 타자로서 프로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라는 데 둘다 동의했다. 염 감독은 "원래 일본 오키나와 캠프까지 기회를 주겠다고 했는데 곧 잘해 시범경기까지 경험을 쌓게 했다"고 전했다. 강지광은 오키나와리그에서도 타율 4할4푼4리를 기록하며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염 감독은 당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쓰지 못하더라도 길게 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강지광 역시 염 감독의 말에 흔쾌히 수긍할 만큼 '성공할 때 제대로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태우는 중. 감독의 뚝심과 선수의 자신감이 또 하나의 '영웅'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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