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 타자들은 뻥뻥 치던데".
한화 김응룡 감독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 때문이었다. 피에는 지난달 초 일본 오킨와 스프링캠프 기간 중 왼쪽 엄지손가락 통증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2군에 내려갔고, 연습경기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시범경기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타팀 외국인 타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안타와 홈런을 신고하는 가운데 피에는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지난 9일에야 뒤늦게 1군에 합류한 피에는 아직 100% 몸 상태가 아니었다. 김응룡 감독은 "나도 하루빨리 피에를 보고 싶다"며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피에는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와 시범경기에서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16일 LG전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대타로 깜짝 등장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7회 포수 김민수 타석에서 피에가 대타로 나오자 대전 관중들도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이했다.
피에는 한국 무대 공식경기 데뷔전부터 NC 우완 이민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깨끗한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에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며 빠른 발까지 과시했다. 한화가 그에게 기대한 호타준족 면모를 보여줬다. 앞으로 활약을 기대케 하는 장면이었다.
경기후 피에는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다보니 조금은 얼떨떨하다. 경기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몸 상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최대한 투수의 공을 지켜보려고 했다. 도루도 처음에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투수의 견제가 눈에 익혀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에는 타팀 외국인타자들과 달리 시즌 준비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시즌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시범경기일 뿐이고, 난 내가 해야 할 것을 하고 있을 뿐이다. 시즌에 들어갈 때는 어차피 0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작이 그리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타팀 외국인 타자들이 지금 안타를 치든 홈런을 치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엿다.
부상 때문에 알게 모르게 우려감이 있었지만 데뷔전에서 보여준 잠깐 동안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피에가 자신의 말대로 시즌 후 타팀 외국인 타자들과 비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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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