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장비, 이재원을 웃게 하는 마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14 10: 40

요즘 경기 전 훈련 때 이재원(27, SK)의 손놀림이 최고조로 바삐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바로 포수 장비를 챙길 때다. 하지만 귀찮은 내색은 없다. 오히려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포수 장비를 챙기면서 이재원은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이재원은 인천고 시절 대형 포수감으로 불렸다. 당당한 체격과 그라운드를 지휘하는 리더십은 한눈에 대성 가능성을 점치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프로에 와서는 포수 경험이 많지 않다. 박경완이라는 기라성같은 포수가 있었고 이재원보다 먼저 입단한 정상호도 거대한 산이었다. 2012년에는 FA를 통해 조인성이라는 또 하나의 국가대표급 포수가 입단했다. 이재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적었다.
때문에 이재원은 아직 ‘포수 이재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타격 재능이 뛰어나 지명타자 및 대타로 자주 기용이 됐을 뿐이다. 또래에 비해 1군 경험을 꾸준히 쌓았다는 것은 위안이었지만 이재원의 가슴 한켠에는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서서히 포수 장비를 챙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재원이 고단한 훈련 속에서도 싱글벙글하는 이유다.

상무 시절 꾸준히 포수로 나섰던 이재원이다. 이재원은 “그 때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라고 떠올린다. 올해를 앞두고도 “포수 이재원으로 인정받고 싶다”라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만수 SK 감독도 전략적으로 이재원의 포수 출전 기회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포수로 기용했고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짧게나마 꾸준히 이재원을 포수로 투입시키고 있다.
조인성 정상호라는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경기운영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재원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이만수 감독은 “세 명 중 블로킹 능력은 이재원이 가장 낫다”라고 말한다. 경기운영능력 이전에 포구, 송구, 블로킹이라는 세 가지 기본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지론에서 하나는 합격점을 받았다. 이재원도 “블로킹은 자신이 있다”라고 할 정도다. 기본이 토대에 있다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포수 출전이 많을 전망이다. 물론 여전히 조인성 정상호가 먼저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인성은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 정상호는 잔부상이 문제다. 팀의 장기적인 그림에서도 이재원이 점차 포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재원을 괴롭혔던 손목 부상도 이제는 완쾌가 됐다. “예년보다 포수 미트를 더 많이 준비했다”라고 말하는 이재원이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공수를 겸비한 대형 포수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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