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은 웃고 찰스 로드는 분노했다. 과연 2차전에서는 어떨까.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가 14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다. 지난 12일 치른 1차전에서 전자랜드는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67-69로 패했다. 역대 6강 시리즈에서 1차전을 패한 팀이 4강에 오른 경우는 단 두 번이다. 확률로 따지면 5.9%에 불과하다. 전자랜드는 2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1차전에서 전창진 KT 감독은 후안 파틸로를 메인으로 썼다. 그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복안이었다. 전 감독은 “파틸로의 공격력을 포웰이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다르게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틸로(23점)와 리카르도 포웰(32점)의 1 대 1 승부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찰스 로드(7점, 5리바운드)와 아이라 클라크(8점, 4리바운드)는 출전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공헌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찰스 로드는 블록슛 3개를 터트리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종료 9.9초를 남기고 터진 그의 블록슛으로 전자랜드는 마지막 공격권을 얻었다. 이 때 포웰의 마지막 슛을 막아낸 선수가 바로 클라크였다. 2차전에 양 팀 감독이 용병술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승부의 키는 로드와 클라크가 쥘 가능성이 있다.
로드는 이번 시리즈가 각별하다. 2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꼭 친정팀 KT를 꺾겠다는 각오다. 2시즌 전 KT시절 로드는 전창진 감독과 애증의 관계였다. 경기 중 지시사항을 어겨 전 감독에게 혼나는 것이 일과였다. 전 감독은 시즌 내내 로드의 대체선수를 뽑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끝내 로드와 한 시즌을 함께 했다.
로드는 2년 전 KT소속으로 치른 전자랜드와의 6강 시리즈에서 평균 26.8점, 14.6리바운드, 2.4블록슛, 3.0덩크슛의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쳐 팀을 4강에 올려놨다. 특히 승부를 가른 5차전에서 로드는 29점, 22리바운드로 전자랜드를 침몰시켰던 화려한 경력이 있다. 최근 몸이 올라오고 있는 상승세를 고려해보면, 로드가 폭발할 때도 됐다.
로드는 1차전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라커룸에서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KT와 붙는 것은 내 꿈이었다. 난 지금 정말 흥분돼 있다”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KT와의 대결이 각별하다는 의미다.
2차전에서 로드가 각성하면 포웰은 물론 다른 전자랜드 선수들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과연 로드는 전창진 감독에 대한 울분을 플레이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