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한 돌싱녀’ 이민정이 울면 안방극장도 울컥한다. 속물로 보이나 사실은 이리저리 치이느라 정신이 없는 나애라로 분한 이민정의 울분이 안타깝고 자꾸만 쥐구멍에 볕 뜰 날이 오길 응원하게 된다.
이민정은 현재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서 이혼 후 전 남편 차정우(주상욱 분)의 막말로 인해 복수하고자 정우의 회사에 취직한 나애라를 연기하고 있다. 정우는 애라가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우고 벤처사업을 시작하자 조건만 따지고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는 중. 애라는 무능력한 아버지와 오빠 때문에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공무원 남편을 원했던 것은 맞지만 이혼의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우의 벤처사업을 뒷바라지하다가 몸이 축나다가 울분이 쌓여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열망 속에 이혼한 것. 애라 때문에 죽음까지 생각했던 정우는 애라를 도우면서도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날선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아직 아물지 못한 사랑의 상처는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고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속물이라고 오해받는 애라의 고달픈 인생은 전 남편 정우와 얽히는 다소 질퍽거릴 수 있는 설정에 이해도를 높이는 배경이 된다. 지난 13일 방송된 ‘앙큼한 돌싱녀’ 6회는 애라가 아버지의 실수로 회사에서 곤경에 빠지자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애라는 오빠로 인해 전 남편의 거액의 위자료를 호기 넘치게 거절하지도 못했고, 아버지로 인해 전 남편 앞에서 고객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자꾸만 굴러들어오는 걸림돌에 지친 애라는 아버지를 향해 “도움 안되면 인연 끊던가요”라고 차마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막말을 내뱉고도 어디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고 오히려 자신의 생채기를 키운 애라의 눈물은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이혼 꼬리표에 어디 하나 잘난 것이 없지만 씩씩하게 세상살이를 하는 애라는 고 최진실(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김남주(내조의 여왕) 등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속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계보를 잇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캐릭터가 가진 짠한 성향은 자꾸만 전 남편과 얽히는 애라를 알게 모르게 지지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여기에 굳세게 달려가는 애라를 호감도 있게 연기하는 배우 이민정의 힘도 크다. 이 드라마에서 예쁜 미모를 내려놓고 거침 없이 망가지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긴 하나 사실상 웃기고 센 캐릭터 이면에 있는 애틋한 모습이 애라가 매력적인 이유다.
이민정은 눈물 지을 일 많은 애라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아주머니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풍부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과하지 않게 설정된 코믹 연기와 함께 애라에게 자꾸만 측은한 시선이 갈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캐릭터 표현력을 발산하며 드라마의 선전에 큰 힘이 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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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돌싱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