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비하면 조금 낫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2년 만에 LG가 참 많이 변했다. 지난해 그토록 바라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그만큼 강해졌다. 투수들의 무덤이었던 마운드는 2013시즌 평균자책점 1위(3.74)로 수직 상승, 어느새 ‘투수 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정적 상황에서 움츠려들었던 타자들은 득점권에서 타석에 서면 더 힘을 발휘, 득점권 타율 2위(2할9푼5리)를 마크했다. 좌투수 상대 팀 타율도 리그 3위(2할7푼8리)로 더 이상 좌투수에게 맥없이 당하지 않는다. 불안했던 수비도 많이 단단해졌다. 실책 부문 하위권과 작별했다(77개, 5위).
2년 전 지금 시점에선 선발과 불펜, 센터라인, 리드오프 등 약점이 수두룩했다. 당시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주축 선수 5명이 팀을 떠났다. 최하위 후보였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LG를 두고 선수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실제로 선발진 두 자리를 놓고 5대2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불펜진은 누구도 개막전 엔트리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 야수진 또한 신예선수들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개막까지 15일이 남았으나 개막전 LG 타순을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이러한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2년 전보다 팀에 힘이 붙은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두터워진 선수층으로 1군을 A조와 B조로 나눠 시범경기 기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다른 팀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삼성은 더 많이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직 LG가 자신이 바라고 있는 만큼 올라오지 않았다고 냉정하게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첫 번째 시범경기를 앞두고 “지금 이렇게 보면 선수가 많아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며 “모든 선수들이 100% 컨디션이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야구다. 잘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돌발 상황에 대한 준비에 철저하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내야수 문선재 박용근 백창수에게 외야수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11일 NC와 시범경기서 외야수로 나섰다. 김 감독은 이렇게 신예 선수들을 내외야 멀티로 육성하는 이유에 대해 “비상시 2군에서 부족한 포지션을 보충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2군에 타격 수비 주루 세 가지를 두루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며 “경기 중 부상 같은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외야수비를 지시했다. 젊은 선수들이라 여러 포지션을 해보는 것도 본인들에게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한 2군을 만드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2013시즌이 끝난 후 LG는 김무관 1군 타격코치를 2군 감독으로 배정했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안주하려 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강한 2군을 만들기 위해 무관 코치님이 나서게 됐다. 무관 코치님께서 2군 유망주를 육성해주시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무관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1군에서 LG 타자들의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 중점을 뒀다. 2013시즌 모토를 출루와 타점으로 잡았는데 LG는 높은 득점권 타율과 함께 팀 출루율(3할5푼5리)과 타점(574점)에서 리그 4위에 자리했다. LG가 팀 출루율 3할5푼 이상을 기록한 것은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09시즌 이후 처음이다. 2009시즌 리그 전체 출루율은 3할5푼8리였는데 2009시즌을 제외하고 LG가 3할5푼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1시즌이 마지막이었다.
김 감독은 다가오는 시즌을 넓고 깊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오지환 권용관 박용근 등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유격수 자원이 셋이나 있는데도 김 감독은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박경수까지 머릿속에 넣어뒀다. 김 감독은 “경수가 마음이 앞섰는지 햄스트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키나와에 왔었다”며 “몸이 완전해진 후 1군에 합류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아마 5월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5월이면 팀이 체력적으로 첫 번째 고비를 맞을 시점이다. 경수가 그 때 돌아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2루도 볼 수 있으니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시즌이 끝나면 김 감독은 LG와 맺은 계약이 만료된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조급하지 않다. 지금도 나무가 아닌 숲을 응시 중이다. 2011년 10월 감독 부임 당시 “혹시 내가 떠나게 되도 다음 감독이 강한 LG를 받았으면 좋겠다”던 다짐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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