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미래, 염경엽 머릿속에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15 07: 33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프로야구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지도자다. 코치 생활도 했지만 프런트에서 오랜 기간 몸담으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런 프런트에서의 경험은 ‘감독의 길’에도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 대한 구상은 차별화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넥센의 미래도 이런 염 감독의 지론 속에서 자라고 있다.
넥센은 최근 신진급 선수들의 맹활약에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강속구를 던지는 2년차 우완 투수 조상우(20)가 화제로 떠올랐다. 타선에서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건너 온 강지광(24)이 ‘제2의 박병호’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외 김하성 임병욱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염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염 감독의 시선은 냉정하다. 당장 1군에서 중책을 맡길 생각이 전혀 없다. 염 감독은 선발진을 이끌어갈 만한 재목으로 뽑히는 조상우에 대해 “당분간은 불펜으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강지광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전지훈련 때부터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하겠다”라고 못 박았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염 감독의 지론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보통 사령탑들은 좋은 자원을 하나라도 더 보유한 채 경기에 나서길 원한다. 신진급 선수들의 출현에 반색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대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하면 염 감독의 행보는 차별성이 있다. 결국 팀을 장기적으로 그리는 시선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이는 성적에 자리가 걸린 감독이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결국 야구계에서는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은 염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염 감독은 “스스로 생각할 때 프로야구 감독보다는 단장으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감독보다는 단장을 하고 싶었다”라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래서 현대 시절 7년 동안 프런트에 올인했었다. 현대 때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런데 현대가 무너지면서 좌절감도 엄청나게 많이 들었었다”라고 웃었다. 당시 경험이 감독으로서도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믿는 염 감독이다. 염 감독은 “그 때 경험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무래도 현장의 시선은 ‘현실’에 맞춰져 있을 수밖에 없다. 매일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지는 현장에서 장기적 시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프런트 실무 경험을 통해 앞으로를 내다보는 시선도 갖출 수 있었다. 유망주의 좋은 점만 보기보다는 확률을 면밀하게 계산하고 실패 확률이 더 크다면 과감하게 뒤로 미룰 줄도 아는 인내심과 결단력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선수나 팀에나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게 염 감독의 확고한 생각이다. 조상우나 강지광도 그런 장기적 구상 속에서 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5년 뒤 넥센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즌 시작 전 올해 구상을 모두 끝냈다. 염 감독은 “지난해 계산은 마운드에서 오차가 컸다. ‘이 시점에 써야 되겠다’라는 투수들이 못 올라왔다. 결국 나중에는 쓸 투수들이 없었다. ‘좀 더 준비해야겠구나’라고 반성했다”고 돌아보면서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 다행히 구단에서 필요한 선수들을 데려와줬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으려는 염 감독의 전략 속에 넥센의 미래도 점차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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