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은 초라하다. 1할이다. 그러나 출루율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4할로 수준급이다. 이런 양 지표의 격차는 SK의 새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의 현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적응 단계라는 시각, 보완할 점이 있다는 시각이 공존해 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35홈런의 주인공인 스캇은 올해 한국에 입성한 9명의 외국인 타자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스윙 이론으로 이미 큰 화제를 일으켰다. 전성기는 지난 선수지만 여전히 한국무대에서 통할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단 및 이만수 SK 감독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캇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SK 타선도 수준급 위용을 갖출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평가가 나뉜다. 스캇은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총 9경기에 출전, 타율 2할6푼1리, 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하다. 5경기에서 타율은 1할(10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장타나 타점은 없다. 이 지표를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반대로 출루율은 수준급이다. 스캇은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3할7푼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는 14일까지 4할의 출루율이다. 볼넷을 많이 골랐다. 이 점을 보면 긍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무대에 적응하는 기간이다.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스캇 스스로 “시즌에 들어가기 전 한국 투수들의 공을 최대한 많이 보겠다”라고 공언했다. 스캇은 전성기보다 힘이 떨어져 있는 타자임은 분명하다. 대신 생존의 비법을 인내심에서 찾는다. 스캇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 최대한 손을 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자신의 스타일 변화를 설명했다. 아직은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을 머릿속에 그려 넣는 단계다. 좀처럼 배트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수들의 견제도 스캇의 신중한 타격을 거든다. 대놓고 직구로 승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신 변화구로 스캇의 방망이를 유도한다. 한 때는 집요한 몸쪽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스캇이 방망이가 나올 만한 공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 말려들지 않고 볼넷을 많이 골라내고 있으니 출발이 그렇게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어처구니없는 스윙은 확실히 없다. 삼진을 하나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인내심 싸움이다. 상대 투수들이 스캇과 정면 승부를 할 가능성은 낮다. 유인구로 최대한 맞춰 잡는 투구 패턴을 벌일 전망이다. 최근에는 투수들이 스캇을 상대로 포크볼 등 종으로 떨어지는 계통의 구종을 자주 던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걷어 올리는 스윙이 몇 차례 나왔는데 확실한 정타는 아니었다. 출루율에 비해 타율이 떨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런 구종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적응한다면 스캇은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을 갖춘 데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 대해서는 참을 줄 아는 타자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수로서는 상대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유형이다.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나고 있는 스캇이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보완점을 수정해 진짜 폭풍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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