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을 되찾아라’ 레이예스의 실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15 07: 51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2년차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30, SK)가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담이 없는 시범경기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체인지업의 집중 연마다. 레이예스의 올 시즌 농사 성패를 쥘 중요한 요소라 더 큰 관심이 몰린다.
지난해 8승13패에 그친 레이예스는 올해 두 자릿수 승수 이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왼손으로 150㎞ 이상의 공을 던지는 레이예스의 기본 구위는 검증이 된 상황이다. 어려움을 겪었던 체력과 제구력을 좀 더 보완할 수 있다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주위의 기대다. 미묘한 버릇이 파악돼 고전하기도 했는데 스프링캠프에서 이런 점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페이스는 순조롭다. 지난해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부터 전력질주했던 레이예스다. 그 결과 중반 이후에는 체력이 뚝 떨어졌다. 성적이 곤두박질쳤던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여유 있게 정규시즌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아직 자신의 최고 구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력으로 투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최대한 많은 것을 점검하고 있다. 체인지업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던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도 이런 점이 도드라졌다. 레이예스는 이날 총 74개의 공을 던졌다. 쌀쌀한 날씨 탓에 최고 구속은 148㎞ 정도에 머물렀다. 대신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74개의 공 중 체인지업이 21개였다. 지난해 자신의 주무기였던 슬라이더는 5개, 커터는 7개, 투심패스트볼은 2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체인지업의 비중이 높았다.
레이예스는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문제는 다 빠르다는 것이다. 슬라이더가 140㎞ 안팎에서 형성되고 투심이나 커터는 거의 직구 구속과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이 직구 타이밍에 맞추고 변화구에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구가 안 되면 맞아 나가기 일쑤였다. 결국 완급조절에 필요한 구종이 필요했다. 레이예스의 결론은 체인지업이었다.
슬라이더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레이예스의 주무기는 원래 체인지업이다. 스스로도 가장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미국과 크기와 실밥이 미묘하게 다른 한국 공인구에서는 자신의 체인지업 투구 패턴이 맞지 않았다. 시즌 중에 이 문제를 수정하기는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레이예스는 한국 공인구에 맞는 체인지업을 연마하기 위해 휴식기 동안 공인구 세 타스를 직접 공수했다. 공인구를 손에서 놓지 않으며 체인지업 부활을 위해 힘 썼다.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도 체인지업 전수의 대가인 가이 콘티 투수 인스트럭터와 체인지업 위력을 배가하기 위해 힘썼다. 시범경기까지도 이런 실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관건은 구속이다. 더 낮춰야 한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속도차는 15㎞ 정도가 나야 효율적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 레이예스의 체인지업은 지난해 너무 빠르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13일 경기에서도 체인지업의 최고 구속은 136㎞, 최저 구속은 131㎞였다. 실투가 들어가 강지광에게 홈런을 맞기도 했다. 레이예스가 자신의 잃어버린 주무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당분간은 실험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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