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행진’이다. 그 숫자 속에 SK 불펜진에도 또 하나의 희망이 피어오른다. 대졸 신인 박민호(22, SK)가 전지훈련부터 시범경기까지 쾌투를 이어가며 SK 옆구리 계투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민호는 올해 SK 전지훈련 대장정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신인이다. 플로리다 캠프, 오키나와 캠프를 거쳐 시범경기에서도 1군에서 뛰고 있다. 그렇다고 가능성만 보고 육성하는 케이스는 아니다. 현재 구위로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좋은 성적을 내며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박민호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네 차례의 연습경기에 등판했다. 4이닝 동안 6⅓이닝을 던지며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피안타는 3개에 불과했다. 이런 상승세는 시범경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경기에서 2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만수 SK 감독의 평가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플로리다 전지훈련 출발까지만 해도 “옆구리 불펜진에서 기대를 걸어볼 투수”라며 박민호를 평가했던 이 감독은 급격한 성장세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하대 시절부터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투수로 평가받았던 박민호는 프로 입단 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고치다보니 헷갈린다”라고 웃을 정도다. 4학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실전 등판이 적었던 탓에 공을 많이 던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박민호는 “교육리그 때는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바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어느 공이 통하고 어느 공이 통하지 않는지를 알게 됐다”라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영웅이자 롤모델인 조웅천 투수코치와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오버핸드 출신 투수코치들은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들의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박민호는 운이 좋게도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였던 조 코치를 만났다. 조 코치는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박민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체 위주의 투구폼을 수정한 것도 조 코치의 작품이다. 박민호는 “조웅천 코치님은 내 영웅이다. 난 운이 좋은 것 같다”라고 미소지었다.
이제 관심은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있느냐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못할 것도 없다. 절치부심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 임경완과 경쟁하고 있다. 다만 임경완이 오키나와 캠프 막판 심한 감기 증상으로 페이스가 한 번 처졌음을 고려할 수 있다. 그 사이 박민호가 대안으로 치고 올라왔다. 140km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이 묵직하다는 평가는 계속 쌓이고 있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아직 시작도 안 했다”라고 했던 박민호가 올해 시작을 1군에서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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