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졌다 하면 들어가는 슈터는 어떻게 상대해야 될까. 공을 아예 못 잡게 하면 된다. 전자랜드가 최고슈터 조성민(31, KT)을 상대로 디나이 수비(deny defense)의 정석을 보였다.
인천 전자랜드는 14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산 KT를 79-62로 꺾었다. 1승 1패를 나눠가진 두 팀은 16일부터 부산으로 장소를 바꿔 장기전에 돌입하게 됐다.
전자랜드의 승인은 KT의 주포 조성민과 전태풍의 봉쇄에 있었다. 유도훈 감독은 조성민(187cm)에게 장신 김상규(198cm), 함누리(198cm), 이현호(193cm)를 돌아가며 붙였다. 전태풍에게는 신장이 좋으면서 발도 빠른 김지완(190cm)을 마크맨으로 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성민은 4쿼터 침묵하며 10점에 그쳤다. 전태풍도 8점, 2어시스트로 부진했다.

조성민의 슛감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는 3점슛과 자유투 2개씩을 시도해 100% 넣었다. 야투율이 60%로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조성민은 이날 단 5개의 슛밖에 던져보지 못했다. 그나마 넣은 2개의 3점슛도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던진 것이었다. 그만큼 조성민이 공을 잡지 못하게 하는 전자랜드의 디나이 수비가 잘 통했다는 말이다.
경기 후 전창진 감독은 “전반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약속된 움직임이 전혀 안됐다. 공이 (조성민에게) 연결이 안됐다. 본인도 답답해했다. 성민이도 공만 잡으려고 미드아웃을 했다. 한 타임 쉬어가면서 상대 디펜스를 파악하고 움직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슈터 혼자 수비수를 떨구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
막상 조성민이 공을 잡으면 어떻게 해야 될까. 강력한 몸싸움과 빠른 사이드스텝으로 압박을 해서 슈팅할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큰 수비가 붙으면 시야가 가려서 슈팅에 지장이 많다. 유도훈 감독이 조성민에게 김상규 등 장신을 붙인 이유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꼽힌 김상규는 “(조)성민이 형이 공을 못 잡게 했다. 오늘 타이트하게 하려고 했다. 다운식으로 몰아서 찰스 로드가 뒤에서 도움수비를 나오면 슛을 막아주기로 했다. (이)현호 형이 스위치해서 슛을 안주기로 했다. 형들이 잘 도와줬다”며 형들에게 고마워했다.
전자랜드는 조성민이 약속된 방향으로 공을 몰고 가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함정수비를 했다. 또 한 명이 뚫리면 다른 한 명이 이어서 견제하도록 사전에 도움수비가 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프로농구 최고슈터를 막을 수 있다.
유도훈 감독은 “함누리와 김상규가 높이와 힘에서 (조성민에게) 앞선다. 조성민이 의외로 힘이 좋아 차바위를 붙이면 밀릴 수 있었다”고 수비 비결을 공개했다. ‘김상규 카드’의 적중으로 전자랜드는 2차전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이대로 당할 KT가 아니다. 슈터를 살릴 수 있는 전술 또한 매우 다양하다. 전창진 감독은 조성민이 어떻게 해야 최대한 쉽게 공을 잡아 슛을 쏠 수 있는지 연구하고 나올 것이다. 3차전에서 조성민을 두고 펼칠 양 팀 감독의 수 싸움이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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