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김미경의 '나만 그런가', 대안없는 자기계발 '또' 통할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3.16 07: 34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한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남 시선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와 힐링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지 1년여. 신드롬을 일으킬 뻔 했다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방송을 잠시 접었던 인기강사 김미경이 JTBC '나만 그런가'를 통해 화려하게 컴백했다. 예전과 같은 원맨쇼는 아니었지만, '나만 그런가'하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일관적이었다.
지난 15일 첫방송된 '나만 그런가'는 주위 사람들이 내 인생에 대해 울려대는 '사회적 알람'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는 주제로, 김미경의 강의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 사례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또 한번 시청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새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 그 어떤 노력도 사회구조적 문제와 이로 인한 필연적 패배는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자신만 믿고 과감한 도전을 하기엔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자기'만 계발할 것을 목소리 높이는 이같은 강의가 얼마나 공감대를 끌어낼 것인지 의문이 뒤따른다. 
사회적 알람을 신경쓰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패널들을 통해 사회적 알람이 얼마나 잔인한지 직접 보여주는 아이러니도 발생했다. 출연자들은 결혼을 원치 않는다는 50대의 싱글남에게 "노인이 되면 외로워서 우울증이 온다더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인생에 집중한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한 조언과 질문에 시달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실력으로 중졸이라는 학벌을 극복했다는 최범석 디자이너도 '나만 학벌의 벽을 느끼나'라고 질문하며, 오히려 사회적 알람 때문에 괴로웠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좋은 대학에서 겸임 교수를 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에 중졸이라는 걸 밝혔다가 강의가 취소된 사연 등을 공개했다. 그는 "내가 너보다 이건 못가졌지만, 실력으로는 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이게 학벌이라는 벽을 극복하는 것이 개인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인지, 그게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김미경의 강의는 낭만적이긴 했다. 그는 "사람마다 아껴둔 삶의 이벤트가 있다. 내 운명의 소리를 듣고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온다. 나이 관계 없이 내가 하고 싶을 때가 제때다"고 강조했다. 듣기 좋은 말이긴 하다.
rinny@osen.co.kr
JTBC '나만 그런가'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