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팬 퍼스트’ 외치면서도 씁쓸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16 07: 49

“팬이 없으면 프로는 굶어죽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룹의 지원을 받다보니까...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인 듯싶어.”
한화 김응룡 감독이 프로야구 여러 가지 현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1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엔트리 확대, 경기시간 단축, 그리고 끝장 승부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 감독의 결론은 ‘팬 퍼스트’였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와 프로야구선수협회는 1군 엔트리를 기존 26명에서 27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외국인선수 보유가 지난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만큼, 국내선수들의 기회를 위해 자연스레 엔트리도 1명 늘려야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김 감독도 “감독 입장에선 엔트리가 늘어나는 게 좋다”고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만큼 교체가 많아지게 되고, 관중들은 보기 지루해질 수가 있다. 좌타자가 나온다고 좌투수로 바꾸고, 또 좌투수라고 우타자로 바꾸고 하면 경기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슈퍼스타가 그렇게 바뀌게 되면 팬들에게도 실망을 줄 수 있다. 빠른 경기, 경기 시간 단축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러면 역행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감독은 이겨야만 하는 자리다. 때문에 이기기 위한 교체는 피할 수 없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엔트리가 확대되기 위해선 제도 변경이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김 감독은 “제도를 하나 만들면 10년은 가야한다. 무승부와 관련해서도 몇 차례 제도가 바뀌었고, 경기도 무제한으로 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사실 관중을 위해서라면 무승부가 없어야 한다. 팬은 무승부를 바라지 않는다. 선수 위주가 아닌 팬 위주가 되어야한다. 미국은 새벽까지 하고 또 이동하지 않나”며 팬을 위해 제도가 결정되고, 또 새로 신설된 제도가 오랫동안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팬이 없으면 프로는 굶어죽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룹의 지원을 받다보니까...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인 듯싶다. 프로선수들도 팬들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한국프로야구는 2008시즌 한 해 끝장승부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진행시켰고, 그러면서 경기가 다음날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겼다. 결국 끝장승부 제도는 선수층이 메이저리그만큼 두텁지 못하다는 이유 등으로 2008시즌만 시행되고 폐지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체력이 약한 것 같다. 맵고 짠 라면 같은 것을 좋아해서 그러는 건가”라고 웃으며 “하긴 맴고 짠 음식이 많은 남미 선수들도 미국서 1, 2년 걸려 체질을 바꾸더라. 어쨌든 미국 애들은 우리보다 더 긴 원정길을 떠난다. 오죽하면 여기온 외국인선수들이 원정길이 짧아서 좋다고들 할까. 끝장승부 때문에 경기가 길어지고, 다음날 이동을 해야한다면, 하루자고 아침에 가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도 김 감독은 재차 “그래도 프로면 팬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된다. 팬들이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것이다”고 모든 제도가 팬 위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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