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신개념 악녀 손여은이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극 중 손여은이 분한 채린은 그야말로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악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모를 꾸미거나 무작정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이 아니다. 채린은 순수하게 악행을 저지른다. 그 행동이 주변 인물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도 모른채. 마치 어린아이가 개구리에 돌을 던지듯 채린의 악행은 그저 그 뿐이다.
지난 15일 방송된 15회에서도 채린의 활약은 계속됐다. 이날 채린은 '불통' 그 자체였다.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은 모두 남의 탓이고 스스로는 피해자였다. 태원(송창의 분)과의 이혼 위기는 모두 시댁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 여겼다. 사과를 하다가도 금세 자신의 입장을 주장했다. 급기야는 태원과 전 부인 은수(이지아 분)가 불륜으로 자신을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민다 생각했다. 태원의 진심 어린 해명도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시어머니 최여사(김용림 분)와 시누이 태희(김정난 분)을 향한 어린 아이 같은 투정도 계속됐다. 그는 두 사람에게 시집 사람들이 자신을 몰아내려 음모를 꾸미고, 자신은 고문당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돌직구로 던졌다. 오죽하면 심성이 착한 태원마저도 자신만 불쌍하다 여기는 채린에게 "나의 약점은 당신"이라고 쏘아붙였다. 물론 이 비판에 가까운 말도 채린의 귀에는 힐난 정도로 들릴 뿐이었다.
채린을 단순한 악역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분명 그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간 것은 그의 눈치없고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어긋나 있는 성격이 큰 몫을 했지만, 그의 친정은 물론 시어머니까지 채린을 지금의 '정신 나간 여자'로 만들었다. 이 모든 원인의 결합이 지금의 채린이다.
그렇다고 그가 흔히들 말하는 이유 있는 악역이란 것은 아니다. 채린은 오히려 흔한 이유 있는 악역보다 더 복잡한 인물이다. 채린의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화를 넘어선 그 무언가를 선사한다. 바로 그가 주변 누군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눈치 없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8살 초등학생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듯한 그 누군가에 분노해본 기억때문에 시청자들은 채린을 예의주시하며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
이 쯤 되니 드라마 속 채린은 그 등장은 미흡했으나 현재는 창대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은수 못지않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으며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상징 같은 캐릭터가 된 상황이다.
이제 태원과 은수의 사이까지 의심하며 이들을 향해 "불륜이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는 채린은 또 어떤 신개념 악행을 보여줄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채린이 시청자들을 열광케할 무언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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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하는 여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