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경기가 잘 풀리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전태풍(34, KT) 표정을 보면 된다. 전태풍이 신바람 나면 KT는 이기고, 인상 쓰면 진다. 전태풍 기분에 KT 운명이 달려 있다.
부산 KT와 인천 전자랜드의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 시리즈가 16일 오후 2시 부산으로 장소를 바꿔 3차전에 돌입한다. 나란히 1승 1패를 나눠가진 양 팀에게 3차전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시리즈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3차전이다. 이기면 8부 능선을 넘고, 지면 벼랑 끝에 내몰린다.
지난 14일 치렀던 2차전에서 62-79로 대패를 당한 KT는 고민이 많다. KT가 자랑하는 조성민(10점)과 전태풍(8점)은 통하지 않았다. 반면 전자랜드의 에이스 리카르도 포웰은 시리즈평균 29점, 3점슛 50%를 기록 중이다. 창은 녹슬고 방패는 구멍이 났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

KT는 공격의 시발점인 전태풍이 살아나야 나머지도 산다. 전태풍은 1차전 전반에만 10점을 넣으며 활약했다. 플레이가 잘되자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전태풍은 “수비 열심히 하고 공격도 좀 더 오버했다. 상대팀과 트래쉬토킹하고 몸싸움하면 나도 더 재밌다. 농구 더 잘할 수 있다. 근데 (상대가) 조용히 순하게 하면 나도 잘 못한다”면서 웃었다.
과연 그럴까. 전태풍은 2차전 내내 김지완의 찰거머리 수비에 막혔다. 특히 2쿼터 두 선수는 신경전을 펼치다가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받았다. 전태풍의 전담마크맨 김지완의 목표는 바로 전태풍의 짜증유발이었다.
김지완은 “전태풍 형이 왼쪽을 좋아해서 오른쪽으로 몰아주는 수비를 약속했고, 그렇게 막았다. 태풍이 형이 약간 플레이가 거칠었다. 맘대로 안 되면 신경질을 낸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몸을 부딪치려고 했다. 태풍이 형 기분이 그렇게 돼서 우리에게 플러스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 팀 감독의 의견도 비슷하다. 유도훈 감독은 “김지완이 한 발 더 뛰고 선배들을 수비해보겠다는 의욕이 보였다”고 칭찬했다. 반면 전창진 감독은 “전태풍이 상대가 원하는 것에 말려들었다”며 아쉬워했다.
가뜩이나 안 풀리는 전태풍에게 포웰은 결정타를 날렸다. 포웰은 짜증 난 전태풍에게 트래쉬토킹을 걸었다. 순간 전태풍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속된 말로 경기가 안 풀려 ‘멘붕’이 온 것. 포웰은 “전태풍에게 별말 안했다. 심각한 말은 아니고 그냥 놀렸다. 전태풍의 아내와도 어울리는 친한 사이다. 경기 끝나면 다 잊는다”고 했다. 포웰에게 15점만 주겠다던 전태풍은 벌써 58점을 내주고 있다.

3차전에서도 전자랜드는 김지완의 빠른 발과 체력을 앞세워 전태풍을 괴롭힐 전망이다. KT가 이기려면 전태풍이 이를 떨쳐내고 본연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젊은 피’ 김우람이 공수에서 전태풍의 체력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전태풍이 살아나야 후안 파틸로 등 동료들의 득점도 터질 수 있다. 전태풍의 컨디션은 조성민 만큼이나 시리즈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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