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드라마처럼 여주인공을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던 '완벽남'들과는 뭔가 다르다. '키다리 아저씨'마냥 몰래 도움을 주는 모습은 비슷해도, 이혼녀라는 그녀의 속사정에 '멈칫'하는 모습은 인간적이다. 솔직해서 더 끌리는 이 남자, tvN 드라마 '응급남녀' 속 국천수를 연기하는 배우 이필모다.
지난 15일 방송된 '응급남녀'에서는 오창민(최진혁 분)과 오진희(송지효 분)이 이혼부부였다는 사실이 병원 사람에게 알려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연히 병원에서 조우한 두 사람의 어머니가 크게 다투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 진희를 마음에 품고 있고, 이를 고백했던 국천수(이필모 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혼부부인 창민-진희가 옥식각신하는 와중에서도 결국 다시 사랑이 싹트는 커플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면, 두 사람이 인턴으로 있는 곳의 '까칠 치프' 천수는 진희의 모습을 응원하고 사랑을 느끼는 인물.

자연스럽게 세 남녀는 사랑의 화살표가 엇갈렸으며, 시청자에게 쫄깃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특히, 한 차례 이혼이라는 상처를 안고 있는 진희를 흔들리게하고 또 다시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게 하기 위해서라도 천수의 캐릭터는 어른스럽고 믿음을 주는 인물이어야 할 터.
이러한 드라마 속 삼각러브라인에서 흔히 '재벌 2세'쯤 되는 완벽남들이 여주인공을 향해 지고지순하고 한결같은 돌직구 같은 사랑 감정을 내비치는 것과 달리, 진희를 향한 천수는 너무나 인간적이라 더 애정이 간다.
환자를 대할 때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치프임에도 불구하고, 진희를 챙기는 창민을 아이처럼 질투하거나 진희의 이혼경력 사실을 알고 나서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진희의 전 남편이 창민이라는 사실에는 마음을 접기라도 할 듯한 기세를 내비쳤다.
국천수에게 자꾸 시청자의 마음이 쏠리는 이유다. 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할 듯한 완벽남이 아닌, 한 없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 그가 이후에도 진희를 향한 마음을 거두지 않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고민과 속앓이가 충분했기 때문에 타당성도 탑재된 셈이다.
단순한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 스스로의 상처를 끌어 안은 채 사랑에 있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국천수가 있기에, '응급남녀' 속 세 남녀의 러브라인이 좀 더 현실감 있고 공감대를 형성한 게 아닐까. 진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또 한 차례 변화될 국천수의 모습과 이로 인한 세 남녀의 삼각 러브라인 진행 방향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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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급남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