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월터 평가에서 본 윤석민 희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16 13: 43

우여곡절 끝에 미국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28, 볼티모어)이 희망을 남겼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평가에서도 이런 징조가 묻어난다. 첫 출발은 좋았고 이제 역전 전략을 짜는 일이 남았다.
윤석민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시범경기에서 1-1로 맞선 7회 3번째 투수로 등판해 역사적인 볼티모어 첫 경기를 펼쳤다. 결과도 좋았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긴 했으나 흔들리지 않으며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7회 타선이 1점을 뽑아 행운의 구원승도 거뒀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선두타자 플로레스에게 던진 공이 가운데로 약간 몰리며 좌중간 안타를 맞긴 했지만 윤석민은 침착했다. 윌리엄스를 우익수 뜬공, 롤러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헤쳐 나갔다. 마지막 타자인 컬버는 슬라이더를 던져 2루 땅볼을 유도해냈다. 총 투구수는 11개로 경제적이었고 최고 구속은 91마일(146.5㎞)이 나와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윤석민은 경기 후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까지 계약 및 비자 발급 문제로 실전 마운드에 서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이날 투구 내용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첫 등판의 긴장감이 있을 법 했지만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변화구의 각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구속이 예상보다 빨랐다. 윤석민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8마일(141.6㎞) 정도를 예상했는데 최고 91마일까지 나왔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 경기 결과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윤석민은 여전히 불리한 위치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순조롭게 소화하고 있는 동료들에 비해 출발이 늦은 것은 분명하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인데 만회할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꿰며 최종 결정권자인 쇼월터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심었다. 쇼월터 감독도 끝까지 윤석민을 지켜볼 뜻을 시사했다.
쇼월터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민이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들뜰 수 있는 상황에서 첫 등판을 잘 마쳤다고 생각한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쇼월터 감독은 결과만 보지 않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모두 고려하기도 했다. 지난 두 달간 계약 및 비자 발급 문제로 고생한 윤석민을 떠올리며 “그가 지난 두 달간 소용돌이 속에 있었음을 생각할 수 있다”라며 이를 고려하면 더 좋은 투구 내용이었음을 지적했다.
앞으로 무리를 시킬 뜻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석민은 자신의 최고 몸 상태를 찾기까지 20일 정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쇼월터 감독도 이에 대해 충분히 배려한다는 생각이다. 지역 언론인 ‘MASN’은 “쇼월터 감독이 윤석민의 계획에 특별히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2이닝 이상을 소화시킬 예정이지만 다음 등판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했다.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릴 시간을 주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윤석민의 페이스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윤석민으로서는 좀 더 여유 있게 자신의 최정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 현 시점이 아닌, 시범경기 막바지에서 동료들보다 더 나은 구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면 된다. 쇼월터 감독의 호평 속에 윤석민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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