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점수를 따낼 수 있는 녀석이 있다. 난 팀의 주역이 아니라도 좋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능남의 주장 변덕규의 명대사다. 능남에 변덕규가 있다면 KT에 송영진(36)이 있었다. 장신센터 변덕규는 공격보다 수비가 좋은 선수다. 팀을 위해 궂은일을 하고 몸을 내던지는 헌신적인 리더다. KT에서는 이런 역할을 노장 송영진이 해주고 있다.
부산 KT는 16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75-64로 물리쳤다. 2승 1패가 된 KT는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4차전에서 이길 경우 4강 진출을 확정짓는다. 4강 상대는 정규리그 1위팀 LG다.

송영진은 3차전에서 리카르도 포웰, 찰스 로드에게 육탄돌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도록 공을 쳐내고, 루즈볼에 몸을 날렸다. 고비 때에는 3점슛도 꽂았다. 33분을 뛴 송영진은 12점, 3리바운드, 3스틸, 3점슛 두 방으로 맹활약했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기여도는 더 높았다.
2차전을 앞두고 전창진 감독은 걱정이 많았다. 전 감독은 “송영진이 발목에 부상을 입어 불안하다. 민성주가 많이 뛰어줘야 한다. 일단 본인이 한 번 뛰어보겠다고 해서 주전으로 넣었다”고 했다. 송영진은 통증을 참고 묵묵히 26분을 소화했다.
송영진은 11살이나 어린 김상규와 맞부딪쳤다. 힘과 체력은 뒤쳐졌지만 노련함과 경험으로 부족함을 메웠다. 포웰에 대한 도움수비도 송영진의 몫이었다. 송영진이 뒷일을 책임져주면서 조성민과 파틸로는 득점에 전념할 수 있었다. 전창진 감독은 “송영진과 조성민은 플레이오프에서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는 선수”라면서 노장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
송영진은 2001년 전체 1순위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중앙대후배 김주성이 프로를 정복하는 동안 송영진은 늘 팀의 3인자 혹은 4인자였다. 이겨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후배들의 몫이었다. 송영진은 개의치 않았다. 13시즌을 묵묵하게 소화한 송영진의 희생과 헌신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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